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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마침표에 대하여-복효근(19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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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완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끝이라는 거다

마침표는 씨알을 닮았다

하필이면 네모도 세모도 아니고 둥그런 씨알모양이란 말이냐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뜻이다

누구의 마침표냐

반쯤은 땅에 묻히고 반쯤은 하늘 향해 솟은

오늘 새로 생긴 저 무덤

무엇의 씨알이라는 듯 둥글다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거다

-시집 『마늘촛불』,애지, 2009.

이어령은 시를 은유의 축과 환유의 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은유는 유사성에 의한 시상의 전개이고 환유는 인과의 축으로 연결된 시상의 전개다. 정몽주의 단심가는 죽음에서 백골로, 백골에서 진토로, 진토에서 넋의 유무로 시상이 전개된다. 이것이 환유의 축이다.

은유는 유사성에 의한 비유이다. 복호근의 이 시는 은유의 축으로 분류될 수 있다. 문장부호인 마침표를 씨알에 비유하기도 하고 무덤에 비유하기도 한다. 마침표는 씨알이니까 마침이 아니고 다시 싹을 틔우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 시작이라 했다. 무덤도 씨알과 같아서 인생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것이다. 지나친 비약 같기도 하지만 불교의 윤회사상을 떠올리게도 한다.

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늘 대하는 문장의 깨알보다 작은 마침표에서도 온다. 시인의 사소한 것에 대한 관찰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마침표 하나를 찍어놓고 그것을 응시하는 시인의 진지한 포즈가 떠오른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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