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자리. 농업과 창조경제 접목의 모범사례로 문경 오미자가 소개되는 자리였다. 김미자(44) 문경시 농산물가공팀장은 박근혜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아 오미자를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농식품부도 이날 "농업이 생산'가공'판매'관광을 연계시킨 6차 산업으로 육성돼야만 제대로 된 미래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농업분야 미래산업의 유일한 성공사례로 문경 오미자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경청한 박근혜 대통령은 "문경 오미자는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지향점을 제시한 사례"라며 농업 분야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문경 오미자를 극찬했다. 문경 오미자의 명성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오미자(五味子)는 껍질에는 신맛, 과육에는 단맛, 씨에는 맵고 쓴맛, 전체적으로 짠맛까지 5가지 맛이 조화를 이룬다. 붉게 우려낸 물이 전하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기관지 치료 등 건강식품으로의 다양한 효능이 시선을 끈다. 문경시는 천 년 동안 한약재로만 알려지고 사용돼 온 오미자를 국내 최초로 가공 상품화에 성공해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해냈다.
◆기적 일군 문경 오미자
2004년까지만 해도 문경 오미자는 150여 농가가 100여㏊를 재배, 국내 오미자 생산 2위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 생산량은 500여t, 25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3년 말 1천200여 농가, 950㏊에서 5천100t, 612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오미자 생산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문경시는 1차 산업을 뛰어넘어 2차 가공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2004년 가공 및 유통 부문에서의 부가소득이 연간 10억원에도 못 미쳤으나 현재는 500억원 이상의 부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오미자 가공과 유통의 동반 성장속도도 빠르게 진행돼 지난해 말 기준 문경 오미자산업의 총소득은 1천100억원을 넘어 국내 오미자생산 1위(전국 생산량 중 45%), 문경 소득 1위 작목으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미자와인, 오미자청, 오미자주스, 오미자빵, 오미자막걸리 등이 모두 문경 가공업체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국내 오미자의 시장 가격을 문경에서 정할 만큼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몸에 좋은 최고의 건강식품이라는 오미자의 효능도 널리 알려져 문경 오미자는 축제현장에서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등 8년 연속 공급량 부족이라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농식품부는 "우리나라 농업 현실을 감안할 때 문경 오미자처럼 짧은 기간에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지역특화의 본보기
문경 오미자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진정한 지역특화 농산물이라는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조선환승람' 등에 문경의 특산물로 수록되는 등 천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문경 오미자는 2005년부터 우리나라 제1주산지로 자리 잡았다. 2006년에는 국내 유일의 오미자산업특구로 지정됐고, 2009년에는 지리적 표시 특산물로도 등록됐다. 문경은 300~700m 준고랭지에 기후나 일조량, 강수량 등이 오미자 재배의 천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화는 지역의 역사와 지리환경에 알맞은 작목을 선정해 재배기술을 연구하고 차별성과 경쟁력을 키워 농가소득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문경 오미자가 진정한 지역특화의 본보기가 된 것이다.
문경 오미자는 생산'가공'유통 상생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 농산물의 출하가격이 유통업자와 상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문경 오미자 생산 농가들은 모두 '문경 오미자생산자협회' 회원이다. 전국 생산자들과의 조직화도 시작했다. 협회는 내'외부 전문가들로 가격조사위원회와 가격결정위원회를 운영하며 그해 생산된 오미자의 도'소매 가격을 자체적으로 결정, 대외에 공포한다.
가격 도출과정에 가공과 유통업체의 의견도 반영한다. 생산자와 가공 및 유통업자가 상호 갈등하는 것을 크게 줄여 그야말로 상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명품화 전략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선호한다. 그래서 문경 오미자는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병해충은 생물제제와 천적 농법으로 극복하고 있고 제초제는 일체 사용금지다.
문경 오미자 상품포장에는 농가마다 스티커를 부착한다. 매장에서도 구매고객이 직접 해당 오미자 제품의 생산 이력과 진품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김미자 문경시 농산물가공팀장은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하고, 가공제품은 품질을 고급화하는 것은 물론 유통을 획기적으로 개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문경 오미자가 곧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다른 지역 및 외국산과 차별화된 대우를 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문경 오미자는 대표 브랜드로 '레디엠'(rediM)을 출시하고 있고, 레디엠은 친환경농산물 부문에서 올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에 선정되는 등 이 분야 7년 연속 수상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6차 산업 선도하는 오미자
문경 오미자의 최대 강점은 바로 6차형 융'복합산업화를 선도한다는 데 있다. 6차 산업 개념을 도입하던 초기에는 만류도 많았다. 당시 문경 지역의 오미자 생산량은 전국 최고였지만 가격이 낮고 가공산업 등이 활성화되지 않아 지역 소득 순위로는 10위권에 불과했다.
특히 한약재로 취급되는 환경 탓에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과감한 변화를 꺼리는 분위기가 만만찮았다. 하지만 문경시는 과감히 도전했다.
2001년 전국에서 유일한 농산물 및 오미자가공지원센터를 설립했고, 2006년부터는 오미자가공연구소와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120여 종의 가공식품을 개발했고, 가공기술 이전과 창업지원으로 60여 곳의 가공공장을 설립, 60여 종의 오미자상품을 통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생산에서 가공품개발, 기술개발과 이전 및 창업보육까지 담당하는 이곳의 사례는 현재 정부의 공모사업모델로 채택돼 사업을 희망하는 시군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국내에서는 '오미자 하면 문경'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됐다. 숙박, 음식, 체험, 관광 등을 연계시킨 오미자 체험촌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오미자축제는 신제품 시연회장이자 홍보 무대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06년 2만 명이던 축제관광객은 2013년 8만 명으로 늘었으며 축제판매수입도 3억5천만원에서 30억원으로 급증했다.
오미자산업은 대기업까지 불러들여 종근당 건강은 산양면에 오미자가공음료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광동제약은 업무 제휴을 맺고 한방기능성 식품인 '고향 오미자'를 공동개발했다.
문경 오미자의 6차 산업 성공이 알려지면서 전국자치단체와 농업관련 기관의 벤치마킹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문경 오미자를 벤치마킹한 자치단체로는 경북에서는 상주와 예천, 성주가 있고, 경남 거창'함양, 충북 제천'단양, 강원 인제군 등이 신규 주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주산지였던 전북 장수가 오히려 문경의 가공품에 대해 연구에 나섰다.
7월 29일에는 6차 농업 형태의 문경지역 첫 민간주도형 교육관인 경북전통음식체험관(모심정)이 문경시 마성면 봉생마을에서 문을 열었다. 모심정은 방문객에게 문경 오미자청 제조체험과 활용법을 기본으로 오미자고추장과 오미자초콜릿, 사과조청과 와인, 식초'발효효소 등의 발효음식 체험 등 다양한 맞춤식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경시는 문경새재 인근 약돌한우타운 주변 3만7천604㎡ 부지에 80억원을 들여 오미자테마관, 오미자오작교, 오미자웰빙정원, 오미자카페, 오미자터널, 주말직거래장터 등을 갖춘 문경 오미자테마공원 조성에 착수했다.
◆다음 목표는 세계화
문경시는 오미자 주스와 와인이 색상과 맛, 기능성 등 3박자가 딱 맞아떨어져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글로벌 스타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확신을 갖고 있다.
2012년 아부다비 국제식품전시회에서 '세계 10대 혁신상'을, 지난해에는 두바이걸프 푸드박람회에서 '베스트상'을 각각 수상하며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핵안보정상회의(스파클링 오미자와인)와 APEC교육장관회의(오미자술) 공식만찬주, 인천국제공항 VIP룸 국빈접대용차(오미자청)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필리핀 등 세계 각국에 연 50여억원의 제품이 수출되고 있다.
가공제품을 일반식품 위주에서 향장제품, 한'의약품 등으로 보다 고부가가치 상품, 건강기능성 제품을 확대 개발할 계획이다. 이우식(53) 문경시 오미자 담당은 "오미자는 한국, 중국, 러시아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가치와 잠재력이 높다"며 "인삼산업을 넘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대표 상품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가공과 유통, 마케팅과 기술개발을 총망라한 오미자 전용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2020년까지 오미자 재배면적을 2천㏊로 확대, 향후 10년 내 5천억원의 소득 달성으로 오미자를 문경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