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가 후유증 극복] 새로운 활력 찾기

집중·생각하기 좋은 취미 생활로 마음 추스르자

휴가는 짧지만 일상은 길다. 이제는 일상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무조건 쉰다고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휴가의 환상에서 벗어나 내 주변에서 즐길 거리를 찾으면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지 않다. 도자기 핸드페인팅은 집중하기 좋고, 영화관이나 미술관을 찾으면 생각하기 좋다. 이것도 저것도 싫은 사람은 다음 휴가를 계획하며 마음을 추스르면 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일상의 활력, 도자기 핸드페인팅

11일 오전 대구 달서구의 한 도자기 핸드페인팅 교실. 손에 붓을 든 수강생들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에게 집중하고, 붓끝에 생각이 모일수록 교실의 침묵은 깊어진다. 찻잔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수강생 심희정(46) 씨에게 말을 걸었다. 심 씨가 도자기 핸드페인팅을 시작한 것은 8년 전. 당시 배 속에 있었던 아이는 이제 초등학생이 됐고, 심 씨의 실력도 그만큼 쌓였다. 심 씨는 "작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생각을 하지 않을수록 그림이 잘 그려지고, 잘 그려진 그림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활짝 웃었다.

오전반 수강생 대부분은 근처에 사는 주부들이다. 주부 수강생들에게 도자기 페인팅은 일상의 활력이다. 박병희(51) 씨는 "휴가에서 돌아오면 정리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취미 생활을 하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도자기 페인팅은 책 읽는 것과 비슷하다. 나에게 집중하면서 자기 수양을 하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박 씨 옆에 앉아있던 임명선(41) 씨도 "완성된 작품을 SNS에 올리고 난 뒤 주변 사람들이 '우와~ 진짜 멋지다' 이 한마디만 해줘도 기분이 참 좋다. 요즘 내 삶의 기쁨"이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영화, 미술 작품 보며 재충전

틈틈이 문화생활을 하며 무료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꼭 주말이 아니더라도 평일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대형 영화관에서 인기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인생과 삶,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 있는 '동성아트홀'에는 대형 영화관에서 보기 어려운 '귀한 영화'가 많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인생의 목적과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에 좋은 영화고, 프랑스 영화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경가족', 고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를 담은 '그 사람 추기경'도 현재 상영 중이다.

평일에 시간이 없다면 주말에 미술관을 찾아보자. 대구미술관에서는 '장샤오강, Memory+ing'(~9월 10일)를 비롯해 4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특히 이달 31일까지 열리는 '대구미술, 기억의 풍경'은 대구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의미가 있는 전시다. 이 전시는 대구미술관이 한국 미술의 흐름 속에서 대구 현대미술의 가치와 정체성을 조명하고자 마련한 기획전으로 지금도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이영륭, 정은기, 정치환, 차계남, 최학노, 홍현기, 허용 등 원로작가들이 초대됐다.

◆다음 여행지 찾기, 정신없이 일하기

그래도 여전히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애를 먹는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 방법이 남았다. 바로 다음 휴가 계획을 미리 짜며 자기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작은 희망이라도 있어야 일할 맛이 난다. 지난달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박민정(31) 씨는 벌써 내년 여름휴가 계획을 짜고 있다. 박 씨는 일하기 싫고, 졸음이 쏟아질 때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주는 스마트폰 앱에 항공권 가격을 검색하는 것을 요즘 낙으로 삼고 있다. 그는 "최종 목적지에 로마, 파리, 방콕 등 다양한 도시 이름을 넣어보며 '내년에는 어디로 가지?' 하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며 "비싼 비행기표 값을 내려면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일을 하는 데 최소한 동기 부여가 된다"며 씁쓸해했다.

일은 일로 극복한다는 극단적인 직장인도 있다. 최근 국내 여행을 하며 일주일간 편안한 여름휴가를 보내고 온 직장인 서모(29) 씨는 '정신없이 일하기'를 휴가 후유증 극복법이라고 소개했다. 유통업계에서 일하는 서 씨는 "회사에 오자마자 행사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든 업무를 내가 다 떠맡았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더 일하기 싫어지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며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한 달이 금방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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