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세대학교 치킨 동아리가 인터넷에서 화제였다. '치킨도 동아리의 주제가 될 수 있을까?' 치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연세대학교 치킨동아리 '피닉스'는 이런 편견을 깼다. 카카오톡으로 치킨 동아리 면접을 보고 동아리 신입회원을 모집한다. 카카오톡 면접에서는 '치느님, 치렐루야, 치믈리에' 등 치킨을 찬양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동아리의 목적도 단순하다. 친목이 아닌 '치킨 먹기' '치킨 맛 평가하기' '치킨 찬양 활동' 등이다.
대구지역 대학들에도 이색 동아리들이 있다. 다른 동아리보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거나, 취업, 연애 등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동아리 회원들의 열정만큼은 어느 동아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경험으로 남다른 추억을 남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색 동아리 두 곳을 찾아갔다. 동아리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으로 신문이랑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남다른 경험이죠"라며 설레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의 말처럼 이색 동아리 활동을 하며 그들은 이미 풍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영남대 탐험동아리 '탐험대'
영남대학교 탐험 동아리 '탐험대'는 산, 바다, 동굴 등을 가리지 않고 레저 활동을 즐기는 동아리다. 대학마다 산악동아리, 스킨스쿠버 동아리, 동굴 탐사 동아리 등은 있어도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동아리는 영남대학교 탐험대가 유일하다.
영남대학교 학생회관 4층에 있는 탐험대에 도착하자 대장 백승천(24'기계공학부) 씨는 "4층까지 올라오는 게 가장 큰 탐험"이라며 벅찬 숨을 내쉬는 기자를 격려했다. 탐험대에서는 동아리 회장을 '대장', 회원들은 '대원'이라 부른다. 위계질서도 다른 동아리에 비해 엄격한 편이다. 백 씨는 "저희는 재미를 추구하기 전에 안전부터 추구합니다"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탐험을 할 때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평소에도 질서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탐험대는 전문가 수준의 탐험을 즐기는 동아리다. 대원들은 14일 문경 황티기굴 탐험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가하게 걸으며 구경하는 동굴'을 상상한 기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들이 탐험하는 동굴은 수직 동굴이다. 오전 9시에 출발해 오후 1시, 탐험할 산에 도착한다. 그때부터 동굴 수색작업에 돌입한다. 5m 간격으로 늘어선 대원들은 5시간 동안 풀숲을 헤치며 동굴 입구를 찾는다. 동굴을 발견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탐험이 시작된다. 40m 수직으로 뚫린 입구를 줄 하나에 매달려 내려가 여러 갈래의 동굴 길을 탐험한다. 탐험대가 총 600m가 넘는 동굴을 탐험하고 지상에 올라오면 오전 2시가 넘는다.
탐험을 즐기려면 훈련은 기본이다. 동아리 방 안에는 일상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다. 동아리 방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암벽장이 눈에 들어온다. 8년 전 동아리 대원들이 직접 만든 암벽장이다. 백 씨는 "강의가 빈 시간 동아리 방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쪽 벽에는 매듭법을 설명한 알림판도 있다. 눈에 익혀 자다가 일어나도 웬만한 기본적인 매듭은 맬 줄 알아야 한다.
현재 활동하는 동아리 대원은 총 22명이다. 모인 학생들의 학과도, 가입하게 된 계기도 다양했다. 임성헌(21'생명공학과) 씨는 남자답게 즐길 수 있는 동아리를 찾다가 탐험대에 가입하게 됐다. 임 씨는 "처음에는 봉사동아리에 가입했었어요. 봉사도 좋았지만 남자 대학생답게 익스트림(extreme)한 활동을 즐기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태민(23'화학과) 씨는 '행동하는 용기'를 기르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는 "극한 훈련과 체험을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도전하는 정신을 기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22명의 탐험대 활동 대원 중에는 여자 대원도 7명 있다. 여자 대원인 손예나(20'불어불문과)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스킨스쿠버를 배우고 싶었는데 스쿠버 외에도 두 가지를 더 배울 수 있다고 해서 가입했어요. 1석 3조니까요"라며 웃었다.
극한 체험들은 대원들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있었다. 이태민 씨에게 도전 정신이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탐험을 하다 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그냥 앞으로 가요. 그럼 그게 도전이더라고요." 이 씨는 지난해 혼자 4박 5일 일정으로 자전거 국토종주에 도전했고 앞으로는 수영, 자전거, 마라톤 실력을 길러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할 생각이다.
탐험대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대원들은 입을 모은다. 이태민 씨는 "스킨 스쿠버해 보셨어요?"라고 기자에게 질문했다. 물론 그런 경험이 있을 리 없다. "기자님, 불쌍하시네요. 세상의 반이 바다인데 세상의 반만 보고 사시니까요."
◆경북대 텃밭동아리 '희망토마을'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앞 텃밭에 "희망토마을' 주민들이 모였다. 학생들은 "잘 지냈어? 어제도 와서 잡초 좀 뽑았는데" "상추 그새 많이 컸네!"라며 대학생답지 않은 인사를 서로에게 건넸다.
희망토마을은 '캠퍼스 텃밭'을 가꾸는 동아리다. 텃밭은 2012년 여름, 농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건물 앞 공터를 텃밭으로 만들어 달라고 학교에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수차례 학교 측의 허가를 구했고 결정적으로 서울 대학들의 사례를 들며 설득에 성공했다. 텃밭 동아리는 2010년 고려대에서 시작해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으로 퍼졌다. 대구에서는 경북대가 처음이었다.
학생들은 "'꾸준한 관리'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농사는 성실함이 생명임에도 학생들에게는 채소만 돌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하루에 한 번 물을 주는 것도 까먹기 일쑤였다. 마을 이장 유경호(24'농업경제학과) 씨는 "올해부터는 조를 나눠 식물을 돌보기로 했어요. 한 조당 6~8명이 모여 식물을 돌보는 거죠. 식물 하나에 쏠리는 눈이 많다 보니 관리는 훨씬 수월해졌어요"라며 만족스러워했다.
학생들은 "농사는 한 마디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양민찬(24'글로벌인재학부) 씨는 "씨앗을 뿌리면 알아서 잘 자랄 것이라 생각했지만 농사일을 시작하고 나서 손길이 많이 간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더운 여름에도 뙤약볕 아래에서 일일이 잡초를 뽑아야 한다"고 힘든 심정을 털어놓았다. 김현정(21'영남대 식품영양학과) 씨는 "머릿속에 그렸던 식물의 모습이 완성작과 다를 때 가장 당황스럽다"고 한다. 가끔 깻잎이 얼굴만 하게 자라거나 오이가 네모에 가까운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원진(22'철학과) 씨도 "주먹만 해야 할 양파가 밤톨만 해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예상대로 되지 않아 좋았던 적도 있었다. 정창선(21'전자과) 씨는 고추 모종을 기숙사 앞마당에 재미로 심고 잊고 있었는데 고추가 자라서 뜻밖의 수확을 거둔 적이 있다. 이처럼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농사의 매력이다.
이들은 나눔의 기쁨도 느낀다. 비록 한주먹 거리의 수확이지만 수확한 뒤에는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기도 한다. 가장 즐거워하는 사람은 집에 계신 어머니들이다. 양민찬 씨는 "깻잎, 고추, 토마토 등을 들고 집에 오면 항상 좋아하신다"며 즐거워했다.
학생들은 작게나마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소중함, 땅의 위대함을 느낀다. 김현정 씨는 "'농사'라고 하면 천시하거나 구시대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농사야말로 세상의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텃밭을 가꾸던 기억에서 시작했지만 학생들이 배우는 건 그 이상이었다. 양민찬 씨도 "내가 준 관심이 눈에 보이게 드러나는 게 신기하고 경이롭다"며 "마음처럼 되지 않아도 잘 자라주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또래女 성매매 시키고, 가혹행위한 10대들…피해자는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