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이자 덕성여대 석좌교수인 이원복의 만화 '먼 나라 이웃나라'는 세계 각국의 역사와 풍물을 재미있게 풀어내 1990년대 초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가운데 미국편에는 각 주(州)의 황당한 법이 소개돼 있다. 지은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오랫동안 옛날 법을 개정하지 않아 남은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완전히 얼토당토않은 것 투성이다.
예를 들면 선인장을 자르면 25년 형(애리조나), 곰을 총으로 쏠 수는 있지만, 사진을 찍고자 곰을 깨우는 것은 위법(알래스카), 5인 이상의 인디언이 소유지 안에 들어오면 총으로 쏘아도 합법(사우스 다코타) 등이다. 아마 법을 만든 초창기 때 각 주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내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때리는 것은 위법(아칸소), 미혼 여성이 혼자 낚시질을 하는 것은 위법(몬태나), 아내의 머리카락은 남편 소유(미시간)처럼 여성인권주의자를 할 말 없게 만드는 것도 있다.
이런 법을 현재 적용하지는 않겠지만, 아직도 세계 각국에는 풍속에 따라 이상하게 보이는 법이 흔하다. 율법에 따라 여성에게 온몸을 차도르로 가리도록 강제하는 이슬람권 국가의 법이 대표적이다. 또 덴마크는 아이 이름을 정부가 정한 2만 4천여 개 가운데 선택해야 하며, 남미 북부의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혼동을 준다는 이유로 민간인이 군복과 같은 무늬의 옷을 못 입게 한다.
이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황당한 법안이 발의됐다. 새누리당 류성걸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교육 목적으로 조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을 때 1억 원까지 공제하되, 증여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교육을 해야 하고, 4년 내 교육비를 모두 해당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류 의원의 주장은 여유 있는 노인세대 자산 가운데 일부를 손자세대의 교육비 지출로 전환해 서민 가계 부담을 줄이고, 서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럴듯한 발상일 수도 있지만, 부자가 합법적으로 증여세를 탈루하게 돕는 엉뚱하고, 황당한 법안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국회까지 나서 부자를 보호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려는 요즘 세태를 비난할 것도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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