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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내년 3월 KTX 개통…서울까지 2시간, 날개 단 '동해권역 교통 허브'

23일 포항시 흥해읍 KTX 포항신역사에서 철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KTX 포항 직결선이 개통되면 2시간 10분대에 서울과 포항을 오갈 수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
23일 포항시 흥해읍 KTX 포항신역사에서 철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KTX 포항 직결선이 개통되면 2시간 10분대에 서울과 포항을 오갈 수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

지난 2004년 4월 고속열차 KTX가 첫 운행을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는 고속철도시대 10년을 맞았다. 그동안 KTX는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묶으며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사회'경제 발전에도 톡톡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경북 제1의 도시인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 동해안 권역은 KTX는 물론 철도 인프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 지역으로 남았고 이 지역 주민들은 KTX를 타기 위해 대구나 경주로 최소한 왕복 2시간 이상을 오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교통오지에서 벗어나다

포항은 글로벌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연구중심 대학인 포스텍 등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임에도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는 전국 최악의 악조건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속버스의 경우, 서울까지 4시간 이상이 걸려 접근성이 떨어지고, 그나마 적은 운행편수에도 불구하고 빠른 수도권과의 연결을 책임졌던 항공편도 포항공항의 활주로 재포장 사업으로 지난 7월부터 2015년 12월 말까지 항공기 운항이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심지어 항공사들은 이용객 저조로 적자를 면치 못함에 따라 운항을 꺼려 하거나 노선폐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나마 내년 3월이면 서울과 포항을 2시간대로 연결하는 KTX직결선이 개통돼 더 이상 포항이 교통 오지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지고 사통팔달의 동해권역 교통 허브로 우뚝 설 전망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향상됨에 따라 시민들의 생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KTX 포항직결선 유치 과정

포항이 첨단과학 인프라를 활용해 미래의 첨단과학산업도시와 영일만항을 기반으로 한 물류거점도시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KTX직결선의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지역의 정치권은 물론 포항시민들 사이에 확산됐다.

이에 따라 포항시가 지난 2007년 3월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KTX포항직결선 건설 건의를 시작으로 후속작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두 달 뒤인 2007년 5월 'KTX포항직결선 유치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37만 명에 이르는 포항시민들이 KTX 포항 유치를 위해 서명에 참여했다.

지역 정치권은 이렇게 모인 시민들의 서명을 싸들고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정부를 찾았다. 이병석 국회의원(당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쌓은 정치적인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포항시민의 뜻을 각계에 전달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했다. KTX포항직결선 유치는 포항시민 모두의 염원과 지역 정치권의 열정이 빚어낸 귀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접근성 개선과 경쟁력 향상으로 지역발전 기대

KTX포항직결선이 개통되면 사회'경제는 물론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포항지역은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경제적으로는 포항지역의 1'2'3차 산업 전반에 걸친 첨단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 측면에서는 포항시 및 인근 시'군으로부터 포항 KTX역사에 이르는 동선 개발로 도시개발이 가속화되고, 신역세권의 동선 개발을 통한 유통업'제조업'교육 서비스업 등이 크게 확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관광산업이나 음식'숙박업 등에 대한 이용객 증가로 인한 관련 부문의 개발과 도시 경관의 개선을 위해 도시 계획과 개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문화적으로도 포항시민과 인근 영덕, 울진, 울릉 등지의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부여하고, 인구의 유입과 유동인구의 증가에 따른 새로운 도시문화가 생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연, 역사, 문화, 산업시설 등과 같은 지역자원을 활용한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포항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

실제로 포항테크노파크가 조사한 'KTX 신포항역 및 철도 인프라 개선에 따른 포항지역 파급 효과' 분석에 따르면 포항지역 내 철도 인프라 개선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1조175억원에 이르며 고용유발 효과도 1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 아니라 동해남부선 복선전철과 동해중부선, 영일만항 인입선, 중앙선 복선전철 등 5대 철도사업과 순차적으로 연계되고, 동해안 고속도로와 향후 울릉공항 등과도 이어지게 되면 '교통의 오지'로 불리던 포항이 동해권역 '교통의 허브'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장미빛만은 아닌 KTX 개통

6개월 앞으로 다가온 KTX직결선의 개통을 앞두고 마냥 장밋빛 전망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KTX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순기능과 함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시키는 이른바 블랙홀 현상 등 역기능도 간과할 수 없다.

벌써부터 지역 경제계에서는 KTX가 개통되면 병원과 백화점, 학원 등의 분야에서 서비스 수준이 높은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지역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원 전종수(51) 씨는 "지금까지 건강검진 등을 받을 때 대구지역 병원을 이용했는데 KTX포항선이 개통되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생각이다"면서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데 이왕이면 좀 더 나은 곳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내 몸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 최모(25) 씨도 "그동안 시간이 부족해 서울을 오가는 것이 힘들었는데 KTX가 개통되면 시험 정보가 풍부한 서울을 자주 오가면서 많은 정보를 입수해 좋은 결실을 거두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포항시를 비롯한 경제계, 정치권, 학계 등이 적극 나서 KTX개통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세부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포항시는 KTX 역세권을 거점으로 지역별로 특성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제는 고객의 대상이 해당 도시나 지역의 협소한 공간 범위를 벗어나 전국의 도시로 상대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전국적인 공간 개념을 가져야 한다"면서 "다른 도시나 지역에는 없거나 질적 수준이 월등해서 경쟁력 있고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100년의 시작을 준비하자

1914년 포항에 처음으로 간이역이 세워진 지 100년이 되는 2015년, KTX직결선 개통을 통해 포항이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각계각층이 결집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바탕으로 지역경제가 조화롭게 도약할 수 있는 창조적인 비전을 통해 사람과 강소기업이 몰려오고 그 혜택을 포항시 전체가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또 KTX직결선 개통을 시작으로 포항이 구상하고 있는 환동해 경제 허브의 중심도시, 더 나아가 창조도시 건설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모든 분야를 두루 포함한 TF팀을 구성해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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