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약통장제도를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방은행들을 취급 기관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역 거주자들이 금융 거래에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정부의 새 경제팀이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 판매 은행을 서울에 본사를 둔 기존 6개 시중은행에 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청약예금'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종합저축 등 4개 형태로 운영되는 청약통장제도가 내년 7월부터는 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된다. 하지만 청약종합저축 취급 기관이 신한'국민'하나'우리'기업'농협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 한정돼 있다. 그동안 지방은행들을 비롯한 나머지 은행들은 청약예금'청약부금 등 2개 상품만 취급할 수 있었다. 정부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지방은행들은 앞으로 청약통장을 아예 취급할 수 없다.
지방은행들이 배제된 것은 청약종합저축은 국민주택기금 수탁 은행만 판매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 때문이다. 국민주택기금 수탁 금융기관 입찰 자격은 16개 시'도 및 인구 50만 명 이상 시에 1개 이상의 영업점(출장소 포함)을 갖추고 자산총액 45조원 이상(2011년 말 기준)인 곳으로 제한돼 있다.
지방은행이 배제됨에 따라 지역민들도 금융 거래나 은행 선택에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청약 업무를 위해 다른 시중은행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지역은행의 수신율이 40.8%에 달할 정도로 지역민과의 밀착도가 강하다.
일부 거점에만 점포를 내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읍'면 단위의 영업점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실제 대구경북의 주택청약종합저축 미취급 은행 지점 수는 301곳으로 6개 시중은행(387곳)과 비교할 때 43.8% 수준이다.(표 참조)
수성구에 살고 있는 김진영 씨는 "이달 초 금리 등을 꼼꼼히 따져 대구은행에 청약부금을 들었다. 이를 다시 다른 은행으로 옮겨야 한다니 불편하다. 청약 상품을 특정 시중은행에서만 취급하게 하는 것은 지역 금융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방은행은 은행 간 영업 형평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서라도 청약종합저축 취급 권한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외 지역의 청약종합저축 시장 규모가 수도권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점도 지역은행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9월 현재 대구은행의 청약종합 계좌 수는 2만2천 계좌가 넘는다. 부산은행(1만8천 계좌) 등에 비해 가입률이 높은 만큼 대구경북민들의 불편이 타 지역에 비해 더 클 전망이다.
지역 경제계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은행의 주택부금 등을 이용하는 가구가 2만 가구가 넘는다. 이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거래은행을 바꿔야 한다. 이는 지역 차별이자 되살아나는 지역 건설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고 반발했다.
지역은행 관계자도 "지방은행들은 청약통장을 통해 장기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기회를 놓치는데다 잠재적으로는 고객 이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불만이 쌓이자 대구'부산'전북'경남'광주'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은 최근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지방은행 판매 허용 건의문'을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규제개혁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발송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희국(대구 중남구) 의원은 "주택 문제는 지역민을 포함한 전 국민의 기본적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다. 지역금융이나 지역민들이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지역 고객들의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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