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실업팀 소속인 김병준(23'포항시청)과 임은지(25'구미시청)가 생애 처음으로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육상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병준은 30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10m 허들 결선에서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수립한 13초43의 기록은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박태경이 동메달을 따내며 달성한 종전 한국기록 13초48을 0.05초 앞당긴 것이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남자 허들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자신의 최고기록(13초53)을 세우며 상승세를 탄 김병준은 결선에서도 레이스 중반까지 선두를 유지, 한국신기록과 금메달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뻔했다. 하지만 마지막 10번째 허들을 넘어서면서 '제2의 류샹'으로 불리는 중국의 셰원쥔(13초53)에게 추월당해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김병준은 경기를 마친 뒤 "마지막 허들을 넘을 때 너무 힘이 들어가서 제대로 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김병준은 대구체고 1학년 때 허들을 시작했다. 키 190cm로 좋은 체격을 갖춘 그의 실력은 짧은 경력에도 가파르게 늘었다. 고3 때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지난해에는 실업단 대회와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며 3관왕에 올랐다. 고2 때부터 유심히 지켜보다 스카우트했다는 장전수(47) 포항시청 감독은 "성실한데다 의지가 매우 강한 선수"라며 "조금만 더 기록을 끌어올리면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에 진출할 재목"이라고 칭찬했다.
'한국의 미녀새' 임은지는 이날 태극전사로는 사상 처음으로 여자 장대높이뛰기 시상대에 섰다. 금빛이나 은빛은 아니었지만 1954년 마닐라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 나선 한국 육상이 이 종목에서 거둔 첫 메달인 만큼 의미가 적지않다.
임은지는 결승에서 4m15를 넘어 리링(4m35'중국)과 아비코 도모미(4m25'일본)에 이은 3위에 올랐다. 임은지는 4m15를 1차 시기에서 가장 먼저 성공해 잠시 1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세 차례 도전한 4m25에서 모두 실패했다. 임은지의 개인 최고기록은 4m35이지만 올 시즌에는 단 한 번도 4m15를 넘지 못했다.
임은지는 부산 남성여고 재학 시절에는 전국체전 세단뛰기와 7종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대높이뛰기는 2008년 입문했으나 금세 두각을 나타내 2009년 당시 한국신기록(4m24, 4m35)을 연거푸 세웠다.
하지만 이내 시련이 찾아왔다. 2010년 발목 부상을 치료하려고 복용한 약물이 국내대회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돼 3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에도 발목 부상 탓에 지난해 초반까지 긴 슬럼프에 빠졌다. 임은지는 동메달을 목에 걸고 나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가족과 코칭스태프께서 주신 도움 덕분에 겨우 버텼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우고, 메달까지 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음 아시안게임에서는 꼭 금메달로 보답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천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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