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선수 400여명 세팍타크로 '銀' 기염

"콜드게임 패 없었다" 소프트볼 선수 위안

여자 소프트볼 임미란
여자 소프트볼 임미란
여자축구 신담영
여자축구 신담영

세팍타크로는 올림픽에서 볼 수 없는 종목이다. 국내 저변 역시 넓지 않다. 각급 학교'실업팀 남녀 선수라고 해봐야 고작 400명 정도다. 전국소년체전에는 아예 빠져 있고, 여중부에는 팀이 없어 여자 선수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야 입문한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세팍타크로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4개(남자 3개, 여자 1개)를 차지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넘어선, 기적에 가까운 성적이다. 지난 3일 아시안게임 사상 첫 이 종목 여자부 은메달을 한국에 안긴 민승기(44) 대구시체육회 감독은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세계 최강인 동남아국가 선수들이 일부러 점수를 허용하곤 했다"며 "국내 도입 20년 만에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세부종목인 레구 남녀 결승전이 열린 부천체육관은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공휴일이었던 덕분도 있지만 선수들의 환상적인 기량에 매료된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내에 거주하는 동남아 출신 다문화가정도 눈에 많이 띄었다. 김천 경북과학기술고'위덕대 출신의 남자부 '에이스' 정원덕(26)은 "생각보다 팬들이 많이 와서 당황했는데 응원해주신 덕분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경기를 했다"며 고마워했다.

여자부만 있는 소프트볼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승4패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은 소프트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출전했지만 한 번도 시상대에 서보지 못한 '최약체'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관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에도 참가했던 임미란(29'대구도시공사)은 "일본'중국'대만에게는 콜드게임으로 지는 게 다반사였는데 이번 대회에선 한 번도 콜드게임 패를 당하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메달 획득에 실패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기량 차이가 많이 줄어든 만큼 다음 대회에서는 국가대표로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축구는 이들 종목에 비하면 햇볕이 따스한 '양지'에 속한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에 아깝게 패했지만 동메달을 획득, 광저우 대회에 이어 연속으로 메달을 따냈다. 남자선수처럼 병역 혜택은 없어도 경기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를 발휘,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대구 동부고 출신으로 몰디브전에서 A매치 첫 득점을 기록한 신담영(21)은 "열심히 하는 만큼 더 많은 분이 여자 축구에 관심을 둘 것이라 믿는다"는 말로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국은 큰 대회에서 맹활약한 비인기 종목에 어김없이 열광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는 '반짝인기'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에서 겨우 음지를 벗어난 종목의 선수들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팬들의 변치않는 사랑이었다.

인천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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