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리한 출항시각 변경…866명 탄 여객선 바다 위 '둥둥'

동해지방해양항만청이 묵호발 울릉행 여객선의 운송시각을 멋대로 변경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때문에 포항에서 출항해 울릉에 도착한 배가 접안도 못하고 바다 위에서 기다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영문도 모른 채 배가 바다 위에 멈춰 출렁거리자 승객들의 항의도 잇따랐다.

강릉의 씨스포빌이 운항하는 묵호~울릉 여객선 씨스타7호(4천599t'정원 985명)는 원래 오전 8시에 출발,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한 뒤 오후 1시에 울릉을 출항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7일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선사는 동해해양청에 출항시각을 변경하는 사업계획변경 인가를 신청했다. 묵호 출항을 1시간 30분가량 늦춰 오전 9시 30분 출항해 오후 1시 울릉 도착, 오후 2시 울릉 출발로 바꾼 것이다.

문제는 동해해양청이 씨스타7호에게 인가한 시각 변경을 그대로 따르면 오전 9시 50분 포항을 출항해 오후 1시10분 울릉에 도착하는 썬플라워호(2천394t'정원 920명)와 시간이 겹치게 된다.

이들 배가 접안하는 도동항은 부두가 5천t급 1선석으로 동시 접안이 불가능하다. 산술적으로는 포항에서 출항해 울릉에 도착한 썬플라워호는 접안도 못하고 1시간 가까이 바다 위에서 떠 있어야 한다.

동해해양청은 다른 여객선의 운항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에도 포항지방해양청, 관련 선사 등과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묵호발 여객선의 운항 시각을 변경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씨스타7호가 출발하고 1시간이나 지나서 포항해양청에 통보해 준 게 고작이다.

포항해양청 측은 "상식적으로 시간 변경 인가가 안 되는 사항임에도 사전 협의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해 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며 동해해양청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이날 너울성 파도로 씨스타7호가 예상시각보다 30분 늦은 오후 1시 30분에 울릉 도동항에 도착했다가 오후 2시 45분쯤 묵호로 향했고, 포항에서 출항한 썬플라워호도 너울성 파도와 도동항 부두 여건 등을 고려해 평소보다 속도를 늦춰 1시간 30분 늦은 오후 2시 35분쯤 울릉 인근 해역에 도착해 10여 분을 기다리다 입항했다.

하지만 승객들은 "세월호 사태가 엊그제인데 866명이나 탄 배를 너울성 파도가 일고 있는 동해상에서 기다리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애꿎은 썬플라워호 선원들에게 항의했다.

해운법에는 '여객운송사업자는 천재지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계획(운항시각 등)에 따라 운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변경은 해양청의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

포항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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