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빼곡한 가을 잔치…텅빈 직장인 지갑

윤달 오기 전 혼사 몰려…10월 중순까지 예식 특수

직장인 송모(31) 씨는 요즘 주말과 휴일이 두렵다. 친척과 지인들의 결혼식으로 달력에 빼곡하게 동그라미가 쳐져 있어서다. 11일과 18일 챙겨야 할 결혼식만 8곳이다. 축의금만 50만원. 축의금을 내느라 통장 잔고는 바닥이 드러날 지경이다. 송 씨는 "요즘은 봉투에 5만원을 넣는 건 기본이고, 좀 친하다 싶으면 10만원을 넣어야 하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고 했다.

'가을 잔치'에 직장인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올해는 윤달(10월 24일~11월 21일)이 낀 탓에 결혼식이 9, 10월에 집중적으로 몰려 축의금 내는 게 만만찮은 데다 세월호 참사로 미뤄졌던 각종 행사가 가을에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고까지 접하면 그야말로 허리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윤달에는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는 속설에 따라 결혼식이 18, 19일까지 집중되고 있다. 대구지역 웨딩업계에 따르면 예비부부들이 윤달을 피하려 결혼식을 서두르는 바람에 10월 중순까지 예식장 예약은 동나다시피한 상태다. 한 예식장 관계자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의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는 몇 달 전 예약이 끝났다"며 "최근에는 평소 예약이 드문 일요일 오후 5시에도 결혼식 예약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가장 최근 윤달이었던 2012년(4월 21일∼5월 20일) 대구 지역의 4월 혼인 건수는 1천160건으로 전년 동월(1천46건)보다 10.9% 증가했다. 반면 윤달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5월은 전년보다 7.2% 혼인이 감소했다.

19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윤미(30) 씨는 "어른들께서 윤달에 결혼하면 조상의 음덕을 받지 못해 부부 금슬에 문제가 생기거나 자녀를 갖기 힘들다고 해 결혼을 서두르게 됐다"며 "아직은 속설을 따르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6개월 전에 예식을 예약했는데도 피크타임이 다 차서 겨우 일요일 오후 3시 30분에 잡았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친지, 지인의 결혼을 축하해줄 겨를도 없이 각종 행사장이나 모임으로 달려가야하다 보니 허리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규(52) 씨는 "이달에만 챙겨야 할 결혼식이 20건, 여기에다 동창회 체육대회, 직원 단합대회, 산악회까지 각종 행사가 잡혀 있어 번 돈을 축의금과 회비로 다 내야 할 판이다"며 "어렵게 이달을 넘기더라도 윤달이 끝나는 11월부터 연말까지는 또 어떻게 넘겨야 할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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