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개헌이 먼저냐 정당개혁이 먼저냐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는 항상 회자되어 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는 개헌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역대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표의 확장성 면에서 항상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개헌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후에는 개헌은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나왔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경제살리기이며, 경제살리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개헌 논의는 '경제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가 국감 중에,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방문 중에, 일부 여론의 표현을 빌린다면, '대통령급 수행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김 대표는 방중 마지막 날 기자들과 만남에서 박 대통령의 개헌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발언들을 쏟아내었다. 김무성 대표발 개헌론이 일파만파 커지자 하루 만에 회군하여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였다.

그러나 개헌 논의에 대한 전망 자체를 철회한 것은 아니고 다만 당내 친박계의 반발과 현재 권력 대 미래 권력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하는 정치적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정기국회 후 개헌 논의의 불가피성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만약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된다면, 정치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개헌 논의 시기와 개헌의 주체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있을 것 같다. 국회개헌론자들은 대통령의 권력 분산에 포인트를 주는 반면 정치적 불신감이 큰 국민들은 대통령 못지않게 국회의원들의 권력 분산과 견제를 바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헌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어서는 정치환경 속에 선거가 없는 내년 상반기에는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힐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미 여러 군데에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개헌 논의 여부는 정치속성상 현재와 미래 권력 간 파워게임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의 행방이 그다지 국회개헌론자들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여론은 불신의 대상인 국회의원들이 과연 개헌의 주체로 적절한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치 불신의 주역인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국회 개헌론자들은 새로운 통치체제로 이원정부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형태를 말하는 것인데 대통령은 외치(外治)와 국방 그리고 총리는 내치(內治)를 책임지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 하면 대표되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인데, 대통령과 총리의 당적이 다를 때가 아니고 같을 때는 대통령제와 별로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통치체제가 아니고 운영의 묘인 것 같다. 김무성 대표가 언급한 오스트리아식은 프랑스보다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더 가미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대통령보다 의회의 권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아마 많은 국민들은 현재 국회가 더 많은 권력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개헌 논의는 통치구조보다는, 국회에 대한 견제(국회해산권)와 국회의원들 특권 축소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인물, 지역 중심의 우리 정당문화와 정치인들의 행태로 볼 때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는 정권 나눠먹기식으로 흘러갈 개연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범시대적 요구를 모두 반영하는 선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당정치의 개혁이 무엇보다도 먼저 되는 것이 필요하다. 개헌의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정치권이 정당개혁을 통해 국민적 신뢰 회복을 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김미현/알앤서치 소장·전 동서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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