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텍 총장 연임 찬반 논란 왜?

학내 구성원 80% 반대…포항 경제인은 '김총장 지지'

포스텍 교수들이 학생회관 로비에서 김용민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포스텍 교수들이 학생회관 로비에서 김용민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의하고 있는 김용민 포스텍 총장.
강의하고 있는 김용민 포스텍 총장.

포스텍 김용민 총장 연임안을 결정짓는 이사회 일정(11월 5일)이 우여곡절 끝에 잡혔지만,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이달 21일에는 정준양 포스텍재단 이사장(전 포스코 회장)이 학교를 방문해 교수 및 교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갔고, 28일에는 교수전체회의를 통해 김 총장의 지난 3년간 업적을 평가하는 시간도 가졌다. 교수들의 릴레이 시위 등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자 관전하던 찬성파들도 본격 행동에 나섰다. 김 총장이 이끌고 있는 포항 경제인 중심의 모임인 AP포럼의 일부 회원들은 27일 연임지지 서한을 이사회에 보내 김 총장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현재 포스텍 구성원 대부분이 김 총장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총장 연임을 묻는 설문조사에 참가한 포스텍 구성원들 가운데 교수 82%, 직원 85.4%, 대학원생 83.6%, 학부생 78.6%가 반대표를 던졌다.

◆연임 반대논리

1)정서적인 문제=김 총장은 부임 이후 개인용 화장실을 만들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홀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비 절감을 위해 비행기도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을 주로 이용한다. 출장 시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량도 공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가용을 쓴다.

직원들의 업무도 꼼꼼히 따진다. 보고서 검토에 대한 총장의 일머리는 직원들이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다. 보고서 작성에서 통과까지 많게는 10번은 총장 앞에 서야 한다는 게 직원들의 말이다.

교수들은 총장이 말로는 '상향식 의사전달'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하향식'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실례로 교수들과의 간담회에서 교수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영어로 일방적으로 연설만 하다가 나간 경우도 있다.

김 총장이 전임 총장에 비해 2배나 많은 연봉(4억원)을 받으면서 대학발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교수들의 공격거리다. 비위 등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도 총장이 미움을 받는 것은 정서적인 측면도 많다는 게 안팎의 얘기다.

이에 대해 김 총장 측은 40년 가까이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인과의 정서와 생활방식이 다소 달라 오해를 받는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2)교수들과의 불신=지난해 초 포스텍 전 부총장이 특정업체에 이익을 제공하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자, 교수들에 대한 김 총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대학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학교 전반에 만연해 있는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발언을 하게 됐고, 이것이 교수들의 반발을 샀다.

김 총장은 "일부 발언에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교수들은 자신들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했다며 분노했다.

교수 채용에 있어서도 총장은 도를 넘는 간섭을 했다고 교수들은 말한다. 전공학과 인사위원회와 대학인사위원회를 거쳐 총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관례가 있는데, 김 총장은 학과 인사위부터 개입해 자기 마음에 드는 교수를 뽑는다는 게 교수들의 주장이다.

3)윤리경영=김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윤리경영'을 앞세워 학교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우선 각 계약을 최저입찰제로 바꿨다. 대표적으로 예산절감을 위해 청소용역 계약을 변경한 것이, 청소근로자들의 복지제도 폐지 등으로 이어져 1년 넘게 근로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저입찰제도 좋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근로환경을 고려한 계약이 필요하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다른 업체는 영업마진이 거의 없어 그간 포스텍을 위해 진행하던 공헌활동을 모두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융통성 없는 '윤리경영'의 불편한 이면을 비판하고 있다.

4)리더십 부재=포스텍의 전 총장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김 총장의 리더십 부재를 우려했다. 현 총장이 학교 구성원들과 자주 접촉하지 않는 것도 비정상적인 행보이고, 동문 등 동원 가능한 인맥을 통해 학교발전기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것도 불만스러워 했다.

2011년 2천422억원을 기록하던 연구비가 김 총장 부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올해 809억원에 머물고 있다며 김 총장의 부족한 대외활동을 질타했다. 대학발전기금은 2011년 30억원에서 지난해 15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국가지원 연구비는 2011년 214억원에서 올해 68억원으로, 교수당 연구비도 2011년 9.1억원에서 올해 3.1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연임 찬성논리

1)윤리성=포스코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제 3년 지났는데, 어떻게 총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간 느슨하게 운영된 학교에 고삐를 죄다 보니 생긴 반발"이라며 김 총장을 옹호했다.

연임을 찬성하는 인사들은 윤리성을 기반으로 한 투명한 학교운영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대학 구성원과 거래처,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고충을 접수한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행정과 구매 분야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소액분할 정산이나 선입고,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 등의 비윤리적 자금 집행이 많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2)소통 문제=총장은 다양한 소통 채널 마련을 위해 대학 내 중요 의사결정기구인 교무위원회에 학생과 직원 대표에게 참관인 자격을 부여했다. 또 학과 교수회의에도 전임 교원뿐만 아니라 비전임교원, 전임직원, 학생 대표에게 개방하는 등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을 학교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학교 측은 소통을 바탕으로 교수들의 채용도 늘렸다고 주장했다. 총장 부임을 기준으로 26명의 교수가 나갔지만 39명의 교수가 새롭게 들어왔다. 2030년까지 256명의 신임 교원을 뽑아 퇴직인원(222명)의 공백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3)학교발전 기여=김 총장은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비 200억원과 막스 프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 연구비 142억원,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 연구비 100억원을 끌어왔다.

연구비 감소 논란은 IBS연구비, 막스 프랑크 연구비 등을 연구비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아 교수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고등학교와 기업체 등을 매년 200차례 이상 방문해 포스텍을 홍보했고, AP포럼을 통해 성공한 해외 도시의 모델을 지역발전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김용민 총장은…

김용민(61) 총장은 197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과정을 거쳐 1982년 워싱턴대에 조교수로 부임했다. 1999년부터 8년간 생명공학과 학과장을 맡아 학과평가를 미국 내 5위까지 끌어올렸고, 회사 창업 및 기술이전 등을 통해 학과의 안정적인 운영을 이끌었다. 특히 빌 게이츠 재단 기부금(700억원) 유치와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비(연간 260억원) 수주 등의 성과를 매우 높게 인정받았는데, 포스텍 총장 영입 시에도 이 점이 많이 고려됐다. 김 총장은 1986년 워싱턴대에서 이미 정년을 보장받은 상태지만 이를 포기하고 2011년 포스텍 총장으로 부임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