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저는 부모님이 계시지만 형편이 너무 어려워 독학으로 공부해 이젠 좋은 직업까지 당당히 얻게 되었습니다. 그간 고독하고 힘든 시기였지만 집안 탓도 할 새 없이 정신없이 살아왔지요. 그러다 보니 혼기를 놓쳐 늦게 맞선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났다 싶어 반가웠지만 번번이 신부 측에서 가난한 집안과 초라한 직업을 가진 어른들을 꺼려 혼인이 깨지곤 했지요. 집안은 초라해도 열심히 살면 될 줄 알았는데 혼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여성과 결혼하려니 매번 걸림돌이 되는 저의 가정환경이 나쁜 조건으로 저울질당해 혼사가 잘되지 않으니 요즘은 부모님과 가정환경이 원망스러워 우울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 부모님이 계시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자식으로서 받아야 할 지원과 돌봄 부족으로 살아야 했던 귀하의 삶에 마음이 갑니다. 특히 귀하의 어린 시절처럼 총명하고 유능한 아이일수록 힘든 환경에서 좌절하기보다는 혼자 독립하여 살아야 했기 때문에 그 외로움은 더 컸을 것입니다. 지금 귀하가 우울하고 힘든 것은, 어려운 가정환경이라는 조건으로 여러 여성으로부터 혼인을 거절당한 그 자체보다도 마음에 묻어 두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그들로부터 다시 들추어지고 그로 인해 새로운 자극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되돌아 보면 귀하는 그 세월을 힘들게 지나 이제 성공한 자리에 왔다 싶었는데 막상 결혼을 하자니, 번번이 궁핍한 가정환경을 이유로 혼인을 거절당하고 있으니 현실에 와서는 가족의 초라함으로 좌절과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나 하나만 특출나고 열심히 살면 원하는 직업과 배우자를 만나 잘 살 줄 알았는데 예기치 않게 집안 사정이 혼인 걸림돌이 되니 당황스럽고 좌절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이 일은 의외로 외부 환경의 조건인 부모의 어려운 처지나 그것을 문제 삼는 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서 실마리를 찾으면 문제 해결은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문제의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귀하가 달라져야 합니다. 먼저 힘든 시절을 보낸 귀하 자신 안에 있는 '어린 내면의 아이'를 달래주어야 합니다. 그 아이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남몰래 느껴왔던 수치와 부끄러움을 던져 버리고 당당히 살아온 것에 대해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어른이 된 귀하의 마음에 용서와 평화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 예비 배우자 될 사람에게도 자신의 처지와 살아온 과정을 의연하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자랑해야 할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바보스러운 일은 다른 결과를 바라면서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지금 귀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요. 어린 시절의 역경을 극복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잔잔한 가정의 행복을 갖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들을 만나세요. 당신의 부모와 가족은 당신이 있게 한 귀중한 뿌리로서 당당하게 소개해야 할 또 하나의 당신입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부모와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혈혈단신으로 자수성가한 이들이 있다. 그들은 여러모로 성공했다 싶을 만큼 이룰 것을 이루고 마지막 단계로 자신의 결핍을 메워 줄 성대한 결혼을 꿈꾼다. 그래서 성공한 자기 모습에 걸맞은 여성을 고른다. 그것도 아름답고 집안 좋은 배우자감을 골라 기왕이면 그간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 호사스러운 결혼생활을 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 여성이 조건에 맞고 괜찮다 싶으면 그쪽에서 결혼 당사자가 되는 신랑조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신랑의 집안과 내력까지 깐깐하게 따지고 들어오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야 비로소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자신의 뿌리가 되는 부모와 내세울 것 없는 집안 환경이 현실적으로 고통스럽게 다가옴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런 마음의 짐을 가지고 필자의 상담뜨락을 찾은 준수한 젊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환경과 처지를 예비 신부에게 차마 미리 말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숨기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신부 측은 냉정히 둘을 갈라 버렸다. 그로 인해 새로운 만남조차 두렵고 좌절되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몰라 했다. 청년 입장에선 꼭 하고 싶은 결혼이었지만, 어려운 집안 배경을 말해 버리면 상대는 도망갈 것 같아 숨겨오다 끝내 거절을 당해 버린 그의 마음을 어떻게 다독여 줄지 과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문득 필자의 머릿속에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들이 만든 '요하리의 창'(Johari Window)이 떠올랐다. 이 프레임은 타인과의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가는 모형이다. 즉 사람마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마음의 창이 다른데,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속내를 어느 만큼 정직하게 표출하는가 하는 정도와 그에 대한 '피드백의 수용 정도'에 따라 이 마음의 창들을 구성하는 영역의 넓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들의 네 가지 창문(공개적 영역, 맹목적 영역, 감추는 영역, 미지의 영역) 중에서도 특히 상대가 실망할까 봐, 나를 떠나갈까 봐 두려워서 남이 모르는 나만이 아는 영역을 자꾸 숨기는 '감추는 영역'의 창문을 확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그의 아내가 될 사람에게는 특히 그 창문을 활짝 열고 맞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중요한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상담 신청 받습니다: 부부와 가족(아동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문제) 또는 예비부부와 연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일들에서 도움을 받고 싶은 독자분은 누구나 지금 바로, 상담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신청요령: 상담을 신청하실 독자는 자신의 어려운 문제 및 문제와 관련된 가족 상황 등의 내용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http://cafe.daum.net/dwcei에서 왼쪽의 항목 중 '부부가족상담 이야기' 상담신청란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개인의 신상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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