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열(58)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경북대 역사상 가장 극적인 총장 후보자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직선제 폐지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지난 6월 26일 선거에서 제18대 경북대 총장 후보자(1순위)로 뽑혔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으로 이달 17일 재선거를 치렀고, 다시 한 번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선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경북대는 상처투성이가 됐다. 예정대로라면 경북대는 9월 1일부터 새 총장 체제에 접어들었어야 했다. 경북대는 학교 구성원 간 의미 없는 갈등으로 총장 재선정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사상 초유의 총장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선거 이후 임명 과정까지 통상 2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4개월여간 총장 공백이 불가피하다. 경북대가 1, 2순위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하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1순위자가 선임된다.
1순위 총장 후보자로서 김 교수의 소회(所懷)와 경북대 총장 선거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앞으로 경북대가 상처를 씻고 재도약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1순위 후보자로 두 번이나 선출됐다. 다시 선출될 줄 알았나?
▶사실 두 번째 선거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렵다고 봤다. 지금까지 다른 대학 재선거에서 1등을 한 사람이 다시 1등을 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 결과에 감동을 받았다. 구성원들의 열망을 느꼈다. 잘해야겠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재선정을 보다 빨리 진행했다면 총장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경북대는 왜 여기까지 왔나?
▶직전 총장 임기만료일(8월 31일)로부터 4개월여 공백 사태가 발생할 걸로 본다. 공백 사태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어느 한 가지로 단정해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선거 과정상 미숙한 점이 있었다. 직선제 폐지 이후 처음으로 간선제 방식을 도입한 선거 아닌가. 미숙하긴 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민주적 과정이요, 성숙해져 가는 과정이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경북대가 좋은 학습을 했다.
-1순위 후보자가 재선정 참여를 늦게 결정해 총장 공백 사태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생각의 차이다. 1순위 후보자로서는 6월 26일 첫 선거를 무효로 봐야 재선거 참여가 가능했다. 무효라는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선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애초 재출마 의사가 없었다. 재출마로 돌아서기까지 교수회 총투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총투표를 통해 교수들의 뜻이 재선거로 모인 것이다. 구성원의 뜻이 법이나 규정 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주변에서는 마지막까지 재출마를 만류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고심 끝에 재출마를 결심했다.
-보직 교수 경험이 전혀 없어 학교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해다. 보직 교수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학교의 일을 맡은 적이 있다. 학교 외부에서도 팔공문화원장 등을 역임해 행정적으로는 문외한이 아니다. 또한, 학교 경영에서 실무적인 경험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큰 흐름을 잘 파악하고, 실무자들을 잘 이끌고 나가면 된다. 경북대가 시대적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추락한 데에는 보직 교수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 보직 경험이 많다는 것이 자랑은 아니다. 교수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교직에 대한 연구'봉사이다.
-세간에서는 좌파 성향의 인사로 평가한다. 본인의 실제 이념적 성향은?
▶복합적이라고 본다. 개혁적 성향이지만, 이념적으로 볼 때는 보수적인 측면이 강하다. 사회의 변동'변화에 대해서는 개혁적인 측면이 있다. 시민사회'예술문화단체 대표를 지낸 경력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이다. 특정한 이념, 특정한 컬러로 규정하지 말아달라.
-이번 재선정 과정에서 경북대 구성원 간 갈등이 치열했다. 구성원 간 화합과 소통을 위한 해결책은 없나?
▶현재 경북대 운영 구조로는 대학본부와 교수회 두 기관이 대립하면 중재가 불가능하다.(이번 경북대 총장 선거에서는 본부와 교수회가 선거 규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을 거듭했다.) 학교 구성원들에게 서울대, 부산대 등이 운영하고 있는 대학평의회 구성을 제안하고 싶다. 대학평의회는 교수뿐 아니라 학생, 직원, 동창회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대의기구이다. 부산대 경우 교수회 의장이 대학평의회 의장을 겸직하며, 대학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있다. 총장으로 임명된다면 교수회 주도로 경북대 대학평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 구성원 간 의견을 모아 총장을 견제하는 건전한 세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경북대 발전 방안은?
▶경북대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지방의 쇠락과 연관돼 있다. 지금까지 경북대는 지역 발전에 소극적이었다. 경북대에는 1천200명의 교수가 있지만, 과연 지역사회를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맨 파워'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젠 대구와 경북의 발전이 곧 대학의 발전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요, 지역이 살 만한 도시가 되면 대학의 위상 역시 올라간다. 우리가 반대로 지역의 고민을 먼저 풀어갈 때 대학 또한 발전할 수 있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경북대 혁신 방안은?
▶우선 지난 선거에서 상주캠퍼스를 적극적으로 살려가겠다는 공약을 했다. 다음으로, 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보직공모제를 시도해 보고 싶다. 친소 관계에 의한 줄 서기, 패거리 문화를 탈피해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학생이 갑이 되는 대학'이다. 이를테면 유럽에서는 학과 회의에 학생 대표가 들어온다. 학생들을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해 준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댓글 많은 뉴스
[커피 한 잔과 청년] '청년의 찾아오는 도시' 위한 대구시 정책은?
홍준표 "제대로 된 공항 만들어야…군위 우보에 TK신공항 건설 방안도 검토"
최재영 "벌 받겠다…내가 기소되면 尹·김건희 기소 영향 미칠 것"
대구시 '재가노인돌봄통합' 반발 확산…전국 노인단체 공동성명·릴레이 1인 시위
홍준표 "TK신공항 SPC 설립 이외에 대구시 단독 추진도 검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