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4세의 젊은 나이에 민선 4기 군수가 됐다. 머리로 그려오던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 찼던 시기였다. 여러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열정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지쳐가고 있을 때 아내가 선물해 준 한 권의 책 '로마인 이야기 1권-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큰 힘이 됐다.
2007년 완결될 때 1권에서 15권 '로마세계의 종언'까지 3개월 만에 전편을 다 읽었다. 이때처럼 독서삼매경에 빠져 본 적이 없다.
로마인은 패배하면 반드시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것을 토대로 기존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개량해 다시 일어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에 패해 혼비백산한 민족은 대부분 멸망의 길을 걷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마는 달랐다. 패배라는 실패 속에서 승리를 위한 교훈을 찾고, '천천히, 그리고 착실하게' 나아가는 방식을 고수했다.
이 같은 로마인들의 삶의 방식은 '꼭 내 손으로 하루를 자고 나면 달라지는 영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는 향후 누가 군수가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 영양을 만들기 위해 일한다'는 사고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9년 동안 영양군수로 불리고 있으니 우연히 만난 책이 인생을 바꾼 셈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진 로마인들이었음에도 왜 그들만이 번영하고 마침내 지중해를 넘어 세계의 패자가 되어 천년 제국을 경영할 수 있었는가를 추적해가는 흥미진진한 로마 통사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지난 9년 동안 미처 찾지 못한 지혜를 기대하면서 다시 책장을 넘겨볼 생각이다.
권영택 영양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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