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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동에서] 문화판의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

백화점의 매출을 분석해보면 상위 20%가 차지하는 판매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VIP가 올리는 매출액의 비중이 상당하다 보니 업체들은 이들을 특별대우하는 데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도 모두가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 20%가 80%의 업무를 해결하고 있고, 나머지 80%는 그저 게으름을 피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것이 바로 '파레토 법칙'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을 딴 것으로 어떤 결과의 80%가 20%의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흔히 '2대 8의 법칙'으로 불리기도 한다.

경쟁이 점점 과열화하면서 요즘은 '1대 99의 세상'이 됐다는 푸념도 흔히 들려온다. 전 세계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면서 쏠림 현상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승자독식사회'다. 극소수인 일부가 돈과 권력, 명예 등 모든 것을 독점하는 현상이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문화계에서도 이런 '파레토 법칙', 내지는 '승자독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화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연이나 활동들의 상당 부분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이 모두에게 고르게 분배되는 것이 아닌 특정 단체나 인물에 의해 상당 부분 사용되어지고 있다. 나머지 수많은 예술인들은 쥐꼬리만 한 지원금이라도 손에 쥐기 위해 수백 장의 서류를 만들고, 심사를 받고, 영수증을 처리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상위 20%가 전체 예산의 상당액을 사용하고, 80%는 나머지 예산이라도 얻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종의 문화판 '파레토 법칙'이다.

더구나 거액의 지원금을 사용하면서 관례적으로 되풀이되는 각급 기관이나 단체들의 문화 행사는 시민들의 관심과는 상당히 괴리된, 문화계 인사들 '그들만의 리그'인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 현실이다. '그들만의 리그'이다 보니 당연히 시민들 속으로 파고들어 문화 소비자를 확대함으로써 문화계 전체의 역량을 키우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최근 경제학에는 '파레토 법칙'에 반대되는 '롱테일 법칙'이 힘을 얻고 있다.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현재 대구 문화계에서도 이런 변화의 바람이 꿈틀대고 있음이 감지된다. '꿈꾸는 씨어터'와 '아트팩토리 청춘' '쟁이 콜렉티브' '소셜마켓' 등 소공연장과 카페 등을 중심으로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험적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광석 거리로 유명한 방천시장 일대에서는 길거리 버스킹과 아트마켓 등으로 구성된 '2014 방천아트페스티벌'이 열려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또 한창 지역 문화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부상하고 있는 북성로 일대에서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다목적문화공간, 카페 등이 '재생'과 '공존'이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새로운 문화놀이판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 과연 대구시는 시민이 행복한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어느 쪽에다 힘을 실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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