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달성 꽃피다] <7>낙동강 유일 유람선, 사문진에서 탄다

"사문진에 배 띄워라" 金군수 특명…줄 선 관광객 대박 상품으로

유람선
유람선 '달성호'가 노을진 석양에 물길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달성군 제공

사문진을 중심으로 위쪽 하빈의 하목정에서 다사 부강정을 거쳐 아래쪽 구지 도동서원에 이르기까지 140리(55㎞) 낙동강 달성군 구간은 조선시대 때부터 선비들이 나룻배에 올라 선유(船遊'뱃놀이)를 즐기는 공간이었다. 당시 영남지역의 거유(巨儒)로 손꼽히는 한강 정구, 여헌 장현광. 낙재 서사원 등 선비들이 적게는 3~5명, 많게는 10~20명이 수시로 모여 강에 배를 띄우고 주어진 운(韻) 자에 따라 돌아가며 시를 짓어 읊는 등 풍류로 세월을 낚던 곳이다.

◆"사문진에 배를 띄우라!"

수백 년이 흐른 사문진 나루터에는 이제 최신식 유람선이 취항했다. 옛 주막촌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사문진을 찾은 손님들에게 금방 부친 파전과 한 잔의 막걸리가 운치를 더한다. 약간의 취기와 함께 기분이 좋아진 손님들은 삼삼오오 주막촌 아래 나루터에 정박한 유람선에 오른다. 유람선도 덩달아 신이 난 듯 최신 유행가를 울려대며 물살을 씽씽 가르고 질주한다.

낙동강 사문진 나루터는 주막촌에 이어 유람선까지 '대박'이 터졌다. 달성군이 지난해 11월 사문진에 주막촌을 조성한 이후 1년여 만인 지난 10월 첫 취항한 유람선 사업도 주막촌과 함께 달성군을 먹여 살리는 새로운 관광산업의 모델로 떠오른 것이다.

달성군은 사문진 주막촌을 운영해오면서 몇 달간 찾아온 손님들의 패턴을 유심히 관찰했다. 대부분 주막촌에서 전이나 막걸리, 국수를 시켜먹고 잠시 강가에 머물다 자리를 뜨는 손님이 태반이었다. 손님들을 좀 더 머무르게 하면서 주막촌과 연계한 수입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서게 된다.

김문오 군수는 오랜 고심 끝에 어느 날 군청 관광과 등 관련 부서 직원들을 불러모았다. "유일한 방안은 낙동강을 활용하고 사문진 나루터가 지진 역사성에 옷을 입히는 유람선 사업이다." 김 군수는 표준식(49) 관광과장에게 "빠른 시일 내 사문진에 배를 띄우라"는 특명을 내렸다.

◆나룻배 사문진호, 대성공

갑작스러운 군수의 지시에 표 과장은 얼떨떨해졌다. 표 과장은 지난해 6월 승진해 첫 보직으로 관광과장에 앉았다. 새내기 과장에게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어려운 과제였다.

경험이 없다 보니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역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수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우선 나룻배 수준에서 배를 한 번 띄워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수소문 끝에 12인승 나룻배 한 척을 구했다. 후미에 모터가 장착된 것으로 1천800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사문진 주막촌을 찾은 손님들을 대상으로 7월 초부터 며칠간 무료 승선체험 행사를 가진 후 본격적인 나룻배(사문진호) 운영에 들어갔다. 사문진을 출발한 나룻배는 달성습지 입구까지 약 2㎞ 구간을 오갔다. 소요시간은 20분 정도. 뱃삯으로 어른 3천원, 어린이는 2천원을 받았다.

사문진에 나룻배가 뜨자마자 평일에는 평균 250명, 주말에는 500여 명의 손님이 몰려들었다. 1회 승선인원이 최고 12명밖에 되지 않아 나룻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 손님들이 긴 줄로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마디로 '대성공'이었다. 군청 안팎에서 다시 대형 유람선을 도입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사문진의 여건에 맞춰 선령 10년 안팎에다 50~100인승 규모의 중고 유람선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유람선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

표 과장은 우선 인터넷 중고 배 전문 사이트에 유람선 매입 의사를 올렸다. 부산, 통영, 거제 등 남해안 일대와 포항(형산강), 충주(충주호), 부여(금강), 서울(한강) 현재 유람선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하지만 상당수가 선령을 속이는가 하면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제시하는 등 입맛에 딱 맞아떨어지는 배를 찾기가 어려웠다. 급기야 일본의 중고 배 시장도 둘러봤다. 일본은 국내 시장과는 달리 배가 대부분 200~300인승 대형 규모여서 더욱더 쉽지 않았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김 군수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후배 하종철(55) 씨와의 우연한 자리에서 유람선 얘기를 했다. 하 씨는 스킨스쿠버 마니아로 선박계에도 발이 넓은 사람이었다. 김 군수는 하 씨에게 부탁을 했고, 얼마 후 백방으로 뛴 하 씨로부터 "마산에서 적당한 배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사정을 전해 들은 표 과장은 즉시 마산으로 달려갔다. 선령 5년, 72인승, 길이 24m, 무게 24t으로 마산 앞바다에서 손님을 태우고 인근 다도해를 유람하는 배였다.

표 과장은 선주이자 선장인 갈진국(55) 씨를 만났다. 선주인 갈 씨는 "3억원에서 단돈 1원이라도 빠지면 배를 팔 수 없다"며 완강히 거절했다.

◆유람선 '달성호', 한 달 만에 5천500명 승선

밀고 당기는 흥정이 거듭됐다. 중고 배 전문 감정기관의 감정도 받았다. 결국 한발짝 물러선 갈 씨의 양보로 2억6천만원에 유람선을 사들이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봤다.

달성군은 개천절에 사문진 유람선 취항식을 성대하게 가졌다. 낙동강 수계에서 유람선 취항은 달성군 사문진이 처음이다. 유람선 이름은 '달성호'로 지었다.

달성호의 사문진 취항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갈 씨가 달성군이 새 선장을 구할 때까지 선장을 계속 맡아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성 기관장인 주은미(44) 씨도 달성호에 그대로 남기로 약속했다.

현재 유람선 달성호는 사문진~달성습지~강정보~옥포신당마을~사문진으로 돌아오는 약 1시간 코스에 어른 1만원, 소인은 6천원을 받는다. 단체손님 20명 이상은 20% 할인해준다.

유람선 달성호가 취항한 이후 10월 한 달간 승선 인원 5천500명에 4천500만원을 벌어들였다. 나룻배도 2천 명이 이용해 9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1천800만원을 주고 산 나룻배는 이제 거의 배값을 뽑았을 정도다.

달성군은 30일 사문진에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모인 가운데 '사문진 주막촌 개촌 1주년 기념 음악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 군수는 "올해 말 유람선에 대한 경영분석을 토대로 내년에 50인승 규모의 유람선 추가 도입과 강정보와 달성보 일대에 계류장 조성, 새로운 코스 개발에 나서 낙동강 사문진을 전국에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달성 김성우 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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