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저거는 맨날 고기 묵고'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불, 바퀴, 전기, 화폐 등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오겠지만, 주식회사를 빼놓을 수 없다. 주식회사의 등장은 인류에게 많은 선물을 줬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주는 텔레비전, 스마트폰, 자동차, 항공기, 전기 등이 알고 보면 주식회사가 준 선물들이다.

이들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개인으로는 하기 어렵고, 주식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대결에서 결정적으로 승리를 안겨준 일등공신도 주식회사다.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주식회사의 시스템 덕분이다. 오늘날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면서 국가의 위치마저 위협하고 있다.

주식회사가 가지는 거창한 설명과 의미에도 주주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뭐니뭐니해도 배당이다. 때마침 연말이 다가오면서 상장기업의 현금배당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일 것 같다. 실제 배당금을 손에 쥘 투자자는 많지 않아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배당에 인색했다. 배당으로 주주의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는 생각보다 주가를 높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이 앞서고 있는데다 주주들 역시 이를 원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우선주, 펀드 제외)은 총 726개. 이 중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현금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업은 244개(34%)에 불과하다. 이 중 1년 정기예금 금리 수준인 2.0% 이상의 현금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57개(7.9%) 정도다. 이마저도 코스피200 구성기업은 32개(4.4%) 정도에 불과할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 주주에 대한 대접은 다르다. 특히 은행권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대접은 지나칠 정도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 4년 동안만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3조원을 떼어 줬다. 그동안 거둔 이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심지어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조 단위 수익금을 영국 본사에 송금하려 한 것으로 밝혀져 금융 당국이 정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하고 외국인들만 귀빈대접하고 있는 셈이다.

참다못한 투자자들이 폭발했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찾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달 13일 국민연금과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배당 기준 수립 방안'공청회에서는 기업들의 인색한 배당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까지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내년부터 상장기업은 사업보고서에 배당한도와 계획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의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을 줄인다면 왜 줄여야 하는지, 늘린다면 왜 늘리는지를 사업보고서에서 세세히 밝혀야 한다. 이익잉여금에 대한 과세 방침에 이은 배당 강화 정책인 셈이다.

주주들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배당은 투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저거는 맨날 고기 묵고…'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에서만큼은 이런 불만들이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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