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서각의 시와 함께] 희망

# 희망 -정희성(1945~ )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시집 『너도 그렇다』, 종려나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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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행복한 나날일 수는 없다. 늘 행복하기만 하면 행복이 지겹기도 할 것이다. 또 늘 불행한 나날의 연속일 수도 없다. 강물이 바다에 다다르기까지는 수많은 굽이를 돌아서 가듯이 산다는 것도 기쁜 날과 슬픈 날의 연속은 아닐까? 그럼에도 사노라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망에 처할 때도 있다. 그런 절망 속에서 사람들은 하늘을 본다. 하늘에 별이 있기 때문이다. 별은 희망이다. 별은 그리움이다. 별은 사람을 살아 있게 하는 힘이다. 별은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말한다. '그 별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고. 어둠은 절망이다. 절망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조용히 성찰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희망은 있다. 사람이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사막을 가는 것은 사막 어디엔가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정희성 시인의 외양은 조용하고 고운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의 내면은 어둠에 저항하는 강한 내면을 지녔다. 암울한 1970년대 그는 명문대학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수료만 하면 교수직이 보장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길로 가지 않고 당시 인기 없는 직업이었던 교사가 되었다. 감옥에 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혼자 편하게 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를 누리는 이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의 수효가 더 많은 시대의 복판에서 그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하늘의 별이 많구나.

권서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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