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친절한 병원

대학병원에 근무하다 보면 환자들로부터 여러 가지 불만 사항들을 듣게 된다. 긴 대기시간과 짧은 진료시간은 언제나 나오는 단골메뉴이고 의사를 포함한 직원들의 불친절도 자주 언급된다.

가끔 진료를 보다 보면 화난 목소리로 얘기를 하는 환자가 있다. 그런 경우, 나와는 상관없다고 모른 척하거나 같이 화를 내서는 안 된다. 화난 이유를 물어주고 환자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도 있겠다는 말만으로도 대부분 화를 풀고 너그러이 이해한다. 요즘은 병원 차원에서도 이런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친절 교육을 하거나 환자 건의함에 들어온 여러 가지 불만들을 전 직원들이 회람하고 개선책을 찾는다. 의사든 병원이든 그들의 아픈 마음까지 보듬어 주는 것이 진정한 의술이고 좋은 병원의 자세가 아닐까. 친절하게 진심으로 대하면 결국엔 통하기 마련이다.

친절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을 접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건 일본인들의 친절이다. 물론 모든 일본인들이 다 친절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연구소 주변 식당부터 유명 관광지의 맛집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미안해질 정도의 친절에 감동을 받곤 했다.

일본 사람들은 원래 친절한가? 그 친절의 근원이 궁금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다가 실마리를 찾았다. 유 교수가 문화유산인 돌무덤을 찾았을 때 얘기다. 그리 유명한 유적지가 아닌데다 초행길인 탓에 위치를 잘 몰라 고생한 모양이다. 택시기사에게 이리저리 설명하면서 골목을 헤매는데도 찾지 못해 난감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근처에서 내려 주민들에게 위치를 물어가며 찾고 있는데, 벌써 떠났을 줄 알았던 택시기사가 골목에 다시 나타나서 위치를 찾는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어떻게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을까? 유 교수는 일본인들의 친절의 근원으로 자기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꼽았다. 그 택시기사가 태생적으로 친절한 사람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택시기사로서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승객을 원하는 위치에 데려다 줘야한다는 책임감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친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몸에 배는 것이다. 힘든 업무와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을 베푸는 모습은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자부심과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책임감을 통해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 살기가 팍팍한 세상이다. 사람들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짜증난 얼굴로 일을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친절을 베풀면 어떨까? 그 모습이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고, 마치 바이러스처럼 우리 사회에 퍼져가는 모습도 가능하지 않을까?

윤창호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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