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누구를 구할 것인가?

50년 전쯤 영국 철학 학술지에 처음 등장한 이래로, 아직까지 논쟁의 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사고실험이 하나 있다. 바로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가 자신의 강연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첫 토론 주제로 삼아 더욱 화제가 된 '트롤리 문제'다. 이 사고실험은 전 세계 대학 캠퍼스와 교수 휴게실, 저녁 밥상, 종합지, 학술지에서 두뇌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고, '전차학'(trolleyology)이라는 학문 분야까지 낳았다. 오늘날 철학자,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진화이론가, 일반인을 망라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연구하고, 원래의 시나리오에 계속 살을 붙여, 트롤리 문제는 진화하고 있다.

트롤리 문제는 브레이크 풀린 전차가 질주할 경우 앞쪽 선로에는 인부 5명이 있고, 갈라진 선로에는 1명이 있을 경우를 가정한다. 만약 당신이 선로를 바꿀 수 있다면 그대로 5명을 치게 할 것인가, 방향을 틀어 1명만 희생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의 기본권인 생존권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보다 중요할까? 무고한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었지만 자신의 행동이 그런 결과를 낳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저자 토머스 캐스카트는 '법정 소송'이라는 극적인 장치를 통해 이 복잡한 문제를 독자들이 훨씬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칸트, 니체, 벤담, 아퀴나스, 피터 싱어 등 세계 철학사의 쟁쟁한 철학자를 등에 업고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의 다양한 주장에 귀기울이다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풀기 어려운지, 그리고 도덕적 추론을 연습할 수 있는 얼마나 효과적인 주제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152쪽, 1만2천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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