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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나무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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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사랑법

김선태(1960~ )

나무를 보면 날지 못한 것들이 생각난다

날고는 싶은데 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햇빛이 쏟아지는 하늘로 날아가고 싶어서

사방팔방으로 열망의 가지를 뻗고

그 가지마다 무수한 날개를 달며 파닥이지만

어쩔 수 없이 뿌리는 땅속을 향하는 것들

어쩔 수 없이 뿌리를 땅속에 묻어야 하는 것들

그래서 하늘과 땅 사이에 나무가 있다

까마득한 그리움의 거리가 있다

직립한 채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으는

간절할수록 이피리가 무성한 기도가 있다

그리하여 찬바람 부는 늦가을이면

제 메마른 이파리들을 아낌없이 털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나무의 사랑법이여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이여

-시집『그늘의 깊이』, 문학동네, 2014.

나무는 고독 이미지가 있다. 그리운 이를 향해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발이 없고, 날개가 없기 때문이다. 이상은 그런 식물의 특성을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가 없소'라고 노래했다. 그리운 이에게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런 일인가? 그래서 우리는 가로수를 심고 정원수를 심어서 나무를 우리들 곁으로 불러들인다.

나무 이미지는 상향 이미지다. 줄기와 가지를 높은 곳으로 밀어 올린다.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잎을 파닥이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하늘을 날고 싶기 때문이다. 나무는 하늘을 날 수 없다. 날고 싶지만 날고 싶은 만큼의 힘으로 뿌리는 땅속으로 하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나무를 하늘과 땅 사이에 있다고 했다.

나무는 하늘을 날 수 없지만 하늘을 향한 그리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지막 가진 이파리들을 털어 하늘로 날려 보낸다. 나무의 사랑법이다. 사람의 사랑도 그러하다. 설령 그에게 다다를 수 없을지라도 자신이 지닌 마지막 하나까지를 그에게 모두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리라.

권서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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