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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땅콩, 그리고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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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있게 사는 데 필요한 돈은 얼마쯤 될까. 10억원? 50억원? 100억원? 이 정도를 넘어가는 부(富)는 수치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수치에 목을 맨다. 1억원을 모으면 10억원을 넘보고 10억원을 벌면 100억원으로 불릴 궁리를 한다.

부자들은 죽을 때까지 다 써보지도 못할 돈을 쌓아두고 그 수치의 증가에서 기쁨을 찾는다. 부자들이 재산 불리기에 몰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돈'이 곧 '권력'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돈 앞에서 사람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부자 주변엔 사람들이 몰린다. '돈 권력'에 맛을 들인 부자들의 '갑(甲)질'도 횡행한다. 예의를 중시하고 존댓말'반말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의 특권의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주식투자로 100억원을 벌었다는 30대가 유흥업소와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최근 법정 구속됐다.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머리를 병으로 때리고 경찰관의 낭심을 걷어찼다. 그가 경찰관에게 한 말이 어이없다. "당장 1억도 없는 것들이 나이만 먹어서….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1억씩 주고 너희 죽이라면 당장에라도 죽일 수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돈 권력 맛은 알았지만 땅콩 봉지 찢는 소소한 재미는 몰랐나 보다. 그는 규정을 넘어서는 특권을 바랐던 것 같다. 스튜어디스가 땅콩 봉지를 찢지 않고 서비스한 것이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는 사무장의 말과 태도가 오히려 그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왕조시대 신하들은 군주의 심기가 불편하다 싶으면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전하, 죽여주소서"부터 연발했다. 직원들로부터 그가 듣고 싶었던 말은 "(매뉴얼이야 어떻게 돼 있든 말든) 부사장님 지적이 무조건 지당하십니다"였을까. '땅콩 회항' 사건은 기업을 사유물처럼 인식하는 경영인이 기업문화와 국가 이미지에 어떤 손해를 입힐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금융당국이 돈을 펑펑 쏟아붓는데도 시중의 돈 가뭄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돈을 꼭꼭 쌓아두고 숫자놀음을 즐기는 부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돈으로 다른 이의 영혼마저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병든 사회다. 열심히 번 돈을 일자리, 복지사업 등 좋은 일에 정승처럼 펑펑 쓰는 '진짜 부자'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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