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시 합격 학생 4인의 노하우

비교과 '스펙'은 켜켜이…교과서도 손 떼지 않았죠

달서고 이정훈 군(홍익대 디자인영상학부 합격)
달서고 이정훈 군(홍익대 디자인영상학부 합격)
대구상원고 조수현 양(서울대 간호학과 합격)
대구상원고 조수현 양(서울대 간호학과 합격)
송현여고 정양희 양(고려대 국어국문학과 합격)
송현여고 정양희 양(고려대 국어국문학과 합격)
대구중앙고 박지영 양(연세대 영어영문학과 합격)
대구중앙고 박지영 양(연세대 영어영문학과 합격)

최근 대학입시에서는 수시모집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수시모집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헤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능시험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시모집에 비해 수시모집은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 챙겨야 할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다 면접 준비를 해야 하고 논술 공부까지 해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시모집에 대한 오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교과 공부를 제대로 안 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실력이 아니라 운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열매는 없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 대부분은 각종 비교과 활동을 꾸준히 했을 뿐 아니라 교과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수시모집 대비를 잘해 합격의 꿈을 이룬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술학도의 꿈을 이루다, 달서고 이정훈 군(홍익대 디자인영상학부 합격)

"지레 포기하지 마세요. 만회할 기회는 있습니다."

달서고 3학년 이정훈 군은 이번 대학입시 수시모집에서 홍익대 미술대학 디자인영상학부에 합격했다. 홍익대 미대는 미술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곳이다. 수성구 한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정훈 군의 성적이 하위권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놀라운 결과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차 공부에 흥미를 잃었어요. 인터넷에 빠져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 외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고 매사 무기력했죠. 부모님도 많이 답답해하셨습니다."

정훈 군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수성구를 벗어나 달성군에 자리한 달서고로 진학하면서부터다. 수성구보다 경쟁이 덜 치열한 곳으로 오면서 압박감을 덜었고,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미술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되면서 학교생활도 즐거워졌다. 자연스레 컴퓨터를 만지는 시간이 줄었고, 공부에도 흥미가 생기며 어느새 내신 성적도 1등급대에 들게 됐다.

"광고 천재라 불리는 이제석 디자이너의 강연을 듣고 미술 중에서도 광고 미술을 전공해야겠다는 꿈을 굳히게 됐어요.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제 노력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느꼈죠. 열정에 감명을 받았고 해낼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습니다."

정훈 군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다양한 활동에 참가했다. 학교 축제 때 일반 관객들이 작품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자원해 작품 전시회 안내원으로 활동했다. 매일신문사와 대구시'경상북도교육청이 주최하는 대구경북 청소년학술대회에 참가할 학생을 모으기 위해 교내에 붙일 포스터를 제작하고, 논문을 쓴 학생들이 발표 자료를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제작하는 데도 힘을 빌려줬다. 그 같은 활동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차곡차곡 담겼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꿈부터 찾는 게 좋아요. 꿈이 생기면 공부도 하게 됩니다. 특히 수시모집에선 진로를 빨리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진로를 정하고 자신에게 어떤 전형이 유리할 것인지 찾은 뒤 그 전형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

◆'충실한 학교생활이 답', 대구상원고 조수현 양(서울대 간호학과 합격)

서울대 수시모집 중 우선선발은 면접 절차까지 가지 않고 제출한 서류만으로 합격시키는 전형이다. 상대적으로 특목고, 자사고에 비해 진로'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 이력이 부족한 탓에 일반고 학생들에겐 높은 장벽으로 여겨진다. 대구에서도 이번 수시모집에서 이 관문을 뚫은 일반고 학생은 2명뿐이다. 대구상원고 조수현 양은 그중 1명이다.

수현 양은 최근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며 웃었다. 지난달 13일 치른 수능시험을 망쳤는데 수시모집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 "수능시험을 치르고 나오니 앞이 깜깜했어요. 남들은 쉬웠다는데 가채점을 해보니 저는 평소 모의평가 때보다 20점 정도 성적이 떨어졌거든요. 막막했어요. 하지만 이튿날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선선발로 서울대 간호학과에 합격했다고요. 눈앞이 환해졌어요."

수현 양은 합격 비결로 다양한 교내 활동을 꼽았다. 자신은 자연계열을 선택했지만 계열을 가리지 않고 영어 에세이 쓰기 대회, 국어문법퍼즐 대회, 생명과학'물리 경시대회 등 각종 교내 경시대회에 참가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은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여한 것이었어요. 여러 사회 현상에 대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토론한 행사였는데 5개월여 동안 동급생 13명이 직접 기획하고, 전문가를 섭외하며 행사를 진행했죠. 그 과정에서 지식도 쌓았지만 협동심과 배려심도 배웠습니다."

서울대가 중요시하는 독서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특히 읽었던 책 가운데 3권을 서류에 적도록 하는데 수현 양은 '생명의 비밀을 밝힌 기록' '이휘소, 못다 핀 천재 물리학자' '천재들의 수학노트'를 적어냈다.

"막상 고교에 입학하면 어떻게 대입 준비를 해야 할지 막막할 겁니다. 수시모집에 응시할 생각이 있다면 학교 밖보다 학교 안으로 눈을 돌리세요. 학교마다 차이가 좀 있긴 하겠지만 그게 바람직합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각종 활동에 최대한 많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역경을 이겨낸 의지가 합격의 열쇠', 송현여고 정양희 양(고려대 국어국문학과 합격)

송현여고 정양희 양은 이번 수시모집에서 기회균등전형으로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 합격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경북대 국어국문학과의 합격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양희 양의 성과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편치 않은 몸으로 이뤄낸 것이라 더욱 빛난다.

양희 양은 말하는 게 그리 편하지 않고 체력도 좋은 편이 아니다. 중학교 시절 뇌수술을 받은 이후부터다. 하지만 양희 양의 의지력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강하다. 한때 사람을 마주하는 게 두려웠지만 떨치고 일어섰다. 일기를 쓰고 수필, 시를 쓰면서 마음의 그늘을 지워냈고, 그만큼 글쓰기 실력도 늘었다.

양희 양의 꿈은 작가다. 이외수 작가의 책을 읽으며 그 꿈이 더욱 굳어졌다. 일찌감치 국어국문학과로 진로를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글을 쓸 때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제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볼 때면 뿌듯함이 마음속을 채웁니다. 앞으로 저 자신을 성장시키고 읽는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양희 양은 교내 활동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으로 자기소개서에도 적은 2학년 때 참가한 동아리 결과 발표대회를 꼽았다. 당시 양희 양은 '반크' 동아리 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반크는 인터넷상에서 독도를 비롯해 한국에 대해 알리는 모임으로 일종의 사이버 외교 사절단. 양희 양은 글쓰기 솜씨를 살려 독도를 주제로 한 단편소설 '우리에게 독도란'을 쓴 뒤 발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양희 양이 대입 준비 과정에서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다.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누군가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혼자 힘으로라도 일어서야 하고,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요.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이 있으면 스스로 그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세요. 진로를 빨리 정한다면 그 길을 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시간도 더 벌 수 있고, 대입 결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진로에 맞춘 봉사활동이 결실 맺어', 대구중앙고 박지영 양(연세대 영어영문학과 합격)

대구중앙고 박지영 양은 어릴 때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다. 초교 시절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한 경험도 있다. 영어에 흥미를 느껴 꾸준히 챙기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친구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재미도 맛봤다. 그러다 자연스레 영어 교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 입시 수시모집에서 지영 양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대구교대에 합격했다. 진로와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했고, 그 내용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녹여 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자신문 동아리를 만들어 편집장이 된 지영 양은 제법 근사한 영자신문을 발간했다. 영어뿐 아니라 글쓰기도 좋아해 영자신문을 만들어보고 싶어졌고, 학교 측에 영자신문 동아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끝에 이뤄낸 결과다.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초교생들을 위해 꾸준히 학습 지도 봉사활동을 한 것은 입시 자체에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꿈을 굳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애초 중학교나 고교 영어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초교 교사가 되기로 마음을 바꿨다. 연세대 대신 대구교대에 합격자 등록을 할 생각인 것이다.

"처음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았죠. 집중을 잘 못하고 장난만 치려던 아이들이 점차 절 선생님으로 인정해주고, 옆에 앉아 가르침을 받는 걸 보니 정말 뿌듯했어요. 영어 자체보다 어릴 때부터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굳어졌습니다."

지영 양은 맞춤형 수시모집 대비 방법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하고, 여러 개의 활동을 하는 데 욕심을 내지 않는 한편 독서를 열심히 하라고 조언했다.

"내신 성적은 실제 반영 비중은 높지 않다 해도 성실성과 꾸준함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잖아요. 소홀히 할 순 없겠죠. 많은 활동을 하려고 욕심내는 것보다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고 봅니다. 평소 독서를 많이 하고 신문을 챙겨 보면 면접을 대비하기에도 수월해요."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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