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겨울방학은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때다. 하지만 마음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특히 고교 입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부담감을 떨치기 어렵다. 본격적인 대학입시 준비 체제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입시가 눈앞에 닥친 고교 2학년은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맘때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학습 의지를 다진다. 이에 따라 학습 방법과 대학입시 준비 전략에 대한 정보도 넘쳐 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들은 대체로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거나 소수인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다수인 중위권 학생들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도 무턱대고 덤빌 수는 없다. 포기는 더더욱 이르다. 고교 교사와 입시 전문가가 지역 중위권인 예비 고1, 예비 고3 학생의 상황을 분석해 합리적인 학습 방법과 입시 전략을 조언한 사례를 소개한다.
◆수성구 한 중학교 3학년 남학생 A군
▷성적 분석
중학교 내신 성적 평균은 상위 30% 정도다. 교과별로 큰 편차를 보이지는 않지만 영어 성적이 다른 교과보다 우수하며 사회보다는 과학 성적이 좋은 편이다. 자연계열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성적이 더 향상될 수 있다면 의학계열 진학을 원한다.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현재 고1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조언 종합
예비 고1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학교 생활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의 성적이나 학교생활에 대한 점검과 반성 없이 무작정 고교 과정 선행학습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선행학습만 열심히 하면 중학교 때의 학력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학생의 경우에도 자신의 학력 수준에 대한 검증 없이 무작정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될까?
먼저 자신의 객관적인 학력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작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통해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시험 범위가 중학교 전 범위이기 때문에 중학교 학력 성취 수준을 알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현재 학력 수준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취약한 과목이 아니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과목을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입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시모집 전형에서 수능시험은 일부 과목의 최저학력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어 전 과목에 걸쳐 고른 성적을 받는 것보다는 2, 3개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진로가 자연계열로 굳어진 학생들은 중학교와 다르게 고교에서는 수학, 과학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수시모집 논술전형에서 수학, 과학 시험을 치르게 되고 정시모집에서도 다른 영역에 비해 가산점을 더 받을 수 있어서다.
학력평가 테스트 결과를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왜 그 문제를 틀렸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이 틀린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문제 풀기에 급급한데 이러한 방법으로는 성적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단순히 오답노트를 작성하며 맞는 풀이법을 적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왜 틀렸는지 이유를 찾아야 한다. 문제풀이 시간보다 분석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면 성적은 더 빨리 상승할 수 있다. 분석을 한다는 자체가 자기주도학습이므로 이를 통해 자신만의 학습법을 만들 수 있다. 고교에 진학하면 많은 시간을 학교에 있게 되므로 자신만의 학습법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고교에 진학하면 독서력을 기르는 데 힘을 더 쏟아야 한다. 흔히 고교 입학 후에는 교과 공부만 열심히 하면 다 잘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학생부 중심전형이 대폭 확대된 요즘은 독서가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대입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학생부 중심전형 경우 서류와 면접으로 진행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가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독서란 교과와 연계된 독서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이 스스로 더 연구해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과별로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나 더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결정하고, 관련된 책을 찾아 읽을 필요가 있다. 독서는 비교과 영역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활동을 하건 독서를 통해 스스로 연구하고 탐구하는 자세와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달서구 한 고교 2학년 여학생 B양
▷성적 분석
자연계열로 고1, 2학년 내신 성적 평균은 4등급 정도다. 수학 성적은 3등급으로 다른 교과에 비해 조금 나은 편이다. 수학, 과학 성적은 1학년 때보다 2학년 성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학년 수학 성적은 2등급으로 상승했다.
교내 토론대회, UCC대회 수상 경력이 있으며 과학 동아리 활동 보고서를 쓴 적이 있다. 모의고사 성적은 평균적으로 국어 4등급, 수학 3등급, 영어 4등급, 과학 3등급 정도다. 생명과학은 2등급과 3등급 사이다. 영어, 수학 학원을 수강 중이며 내신 대비를 위해 학교 근처 교습소를 이용하고 있다. 2학년 겨울방학부터 수리논술 학원에 다니고 있다.
▷조언 종합
이 학생은 소위 '인(IN) 서울'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한다. 최소한 지역의 국립대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좀 더 노력하면 모의고사 성적을 평균 2등급 정도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내신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학생부 중심 전형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수시 논술전형과 정시 전형을 동시에 대비하고 있다. 수능시험과 논술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3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경우로 중위권 학생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학생의 경우 모의고사에서 수학, 과학 성적이 다른 영역에 비해 좋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는 계획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먼저 상위권 대학 최저학력기준인 수학, 과학 2등급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어, 영어 성적을 포기할 정도로 수학, 과학에 집중해야 한다. 학년 초의 모의고사 등급은 재수생이 합류할 경우 떨어질 여지가 훨씬 크기 때문에 모든 과목을 잘하려다 보면 이도 저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둘째, 수시 논술전형은 재수생 합격자 비중이 다른 전형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재학생의 경우 내신, 수능, 논술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 재수생에 비해 논술에 투입하는 절대적인 학습량에서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학생은 현재의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 지원 가능한 대학을 정한 후 그 대학의 논술 유형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수학, 과학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자연계열 학생이 아니라면 논술전형은 결코 재학생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 학생의 경우 내신에서 수학, 과학이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해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원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지원하려는 학과와 연계성이 있는 과목의 성적이 좋고, 과학 동아리에서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해 보고서를 작성한 경험 등을 잘 활용하면 합격 가능성이 있다. 3학년 1학기에 지원 학과와 관련된 과목의 내신 성적을 올리고 학생부의 전체적인 활동내용을 잘 정리해 자기소개서를 충실하게 준비한다면 오히려 논술전형보다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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