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마른 발, 젖은 발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중남미의 섬나라 쿠바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에서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두 나라 사이의 거리는 포항~울릉 거리(217㎞)보다도 짧다.

하지만 지난 50여 년간 두 나라는 더 없는 앙숙이었다. 두 나라는 반미주의자였던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한 후 1961년 단교했다. 미국은 이후 쿠바인 망명을 거의 무제한 받아들이면서 카스트로 정권과 대립했다. 쿠바 땅을 벗어나기만 하면 피란권을 인정받아 미국에 영주할 수 있었다. 쿠바발 '보트피플'은 미국 입장에선 카스트로 체제를 거부하는 좋은 수단이었고, 카스트로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 보니 카스트로 체제에 불만을 느낀 쿠바인들은 너도나도 쿠바땅을 등지는 배에 몸을 실었다. 1960~1980년 사이 쿠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난민은 수십만 명에 이른다. '보트피플'이 절정을 이뤘던 1982년에는 반년 만에 12만5천 명이 쿠바를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

외교 관계는 없었지만 카스트로는 늘 미국에 항의했다. 1995년 클린턴 행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쿠바 정부와 '젖은 발, 마른 발'(Wet feet, dry feet) 정책에 합의했다. 아직 미국 땅을 밟지 못한 채 해상에서 발견된 '보트피플'은 쿠바나 제3국으로 보내고, 미국 땅을 밟은 난민에게만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정책이었다. 이전 쿠바 땅만 벗어나면 미 연안경비대가 낚아채듯 데려와 영주권을 주던 정책에서 후퇴한 것이다.

지난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선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첫 회담이 열렸다. 지난해 12월 두 나라가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후 열린 첫 회담이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이른바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이다. 미국은 수교 후에도 이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고집했고 쿠바는 폐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쿠바의 주장은 이 정책이 쿠바인의 탈쿠바 행렬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53년이란 간극은 크고 넓다. 한술 밥에 배가 부를 리도 없다. 아무런 신뢰 없이 50여 년 세월을 보냈으니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미국과 쿠바의 앙숙관계가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인이 언제든 쿠바를 찾을 수 있고 쿠바인의 미국 방문도 자유롭게 된다. 국교 회복으로 서로 얻을 것이 많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문제는 한반도다. 남북한은 올해 분단 70년을 맞았다. 그래도 공감대를 읽기 어렵고, 앙숙의 끝도 보이지 않는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대구의 '첫 여성 단체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의 경제적 문제를 해...
이달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 1,500...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의식 불명 상태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지연되고 있으며, A씨는 범행 후 전자발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공언했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