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나를 등에 태우고 가라

얘야, 다른 사람에게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어떠한 일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옛 중국 한비자(韓非子)라는 고전에 '학택지사'(涸澤之蛇)'라는 이야기가 나온단다. '학택지사'란 마를 학(涸), 못 택(澤), 갈 지(之), 뱀 사(蛇) 즉 '물이 말라버린 연못 속의 뱀'이라는 뜻이야.

어느 해 여름, 몹시 가물어서 그만 연못의 물이 모두 말라버렸어.

연못 속의 뱀들은 다른 연못으로 옮겨가야만 하게 되었어.

그런데 날씨가 매우 덥고 메말라 먼 길을 돌아가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었어.

뱀들은 위험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은 마을을 가로질러 가까운 연못으로 가야만 하였어.

"어쩌지? 매우 위험할 텐데…."

이때 작은 뱀이 나서서 큰 뱀에게 말했어.

"우리가 함께 가더라도 내가 뒤에 따라가면 보통 뱀인 줄 알고 우리를 죽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당신의 등에 나를 태우고 가주시오.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처럼 큰 뱀이 조그만 나를 떠받드는 것을 보고 나를 아주 신성한 뱀, 즉 신군(神君)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떠받들 것이오."

"으음, 듣고 보니 그 말에 일리가 있구나."

이리하여 큰 뱀은 작은 뱀을 등에 태우고 마을로 들어섰어.

"앗, 예사 뱀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물러나 길을 비켜주었어.

두 뱀은 결국 안전하게 다음 연못에 도착하여 살아날 수 있었어.

이 이야기로 목숨도 구하고 나라를 구한 사람이 있어. 옛 중국 제(齊)나라에 망명하였던 치이자피(鴟夷子皮)라는 사람이야. 이 사람의 원래 이름은 범려(范蠡)였는데 아주 지혜로운 사람이었어.

치이자피는 제나라 왕 전성자(田成子)가 위기에 빠져 연(燕)나라로 갈 때 이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말했어.

"폐하, 폐하께서는 훌륭하시지만 저는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폐하를 받들어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겠지만 폐하 같으신 분이 저를 높이 대접해 주신다면 사람들은 분명히 폐하의 인품을 높이 받들 것입니다."

"으음."

"지금 연나라에서는 폐하가 어려움에 처한 것을 빌미로 얕잡아 보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저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을 잘 대해주신다면 그곳 사람들도 폐하의 훌륭한 인품에 감동하여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음, 알겠소."

이리하여 전성자는 연나라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되었어. 그리고 힘을 길러 다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어.

그래, 이 이야기기는 우리가 우리 둘레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에 대한 좋은 가르침을 주고 있구나. 내가 대접받으려면 먼저 남을 잘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지.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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