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고 명품 '청송사과'의 고향, '힐링 1번지'로 거듭난다

먹고 즐기고 휴식이 있는 관광도시 청송

늦가을 청송사과 수확기에 열리는
늦가을 청송사과 수확기에 열리는 '청송사과축제'는 국내외 관광객 수만 명이 몰리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관광형태를 모색하고 있는 청송군은 옛 월외초등학교에 장난끼공화국 중앙청 청사를 짓고 각종 투어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관광형태를 모색하고 있는 청송군은 옛 월외초등학교에 장난끼공화국 중앙청 청사를 짓고 각종 투어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가 매년 1월 부동면 내룡리 얼음골에서 열리고 있다. 청송은 아시아 최초로 5년 연속 월드컵을 개최했으며 2020년까지 월드컵을 재유치했다.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가 매년 1월 부동면 내룡리 얼음골에서 열리고 있다. 청송은 아시아 최초로 5년 연속 월드컵을 개최했으며 2020년까지 월드컵을 재유치했다.
주왕산 숙박단지에는 실제 지역 고택을 복원한 민예촌이 자리하고 있다.
주왕산 숙박단지에는 실제 지역 고택을 복원한 민예촌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 최고의 사과 주산지 청송군의 명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사과 시세의 호황으로 지역 사과 농가는 웬만한 대기업 직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청송은 올해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농촌 중심의 도시에 관광이란 새로운 옷을 입으려 한다. 청송은 옛 오지 도시의 헌 옷을 벗고 숙박'교통'문화'자연'스포츠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새 옷을 갈아입기 위해 힘찬 첫발을 내딛고 있다.

◆전국 최고가 '청송사과'…연간 1천억 이상 농가소득

올해도 청송사과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사과다. 청송사과는 10년째 좋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4, 5년 전부터는 전국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사과품종 후지 중 청송사과의 가격이 단연 으뜸이다. 도매시장은 15㎏을 기준으로 과일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데 청송사과는 크기별로 사과 주산지인 안동'의성'문경'충주'영주 등의 사과보다 10~20% 더 높게 값이 형성되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앞서 올해 사과 시세가 지난해보다 20~30%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는 태풍이나 우박 같은 자연재해가 없었기에 과일 생육이 좋고 그만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T의 예측과는 달리 올해 전국 사과 시세는 강보합세를 유지하면서 지난해보다 오히려 올랐다. 특히 소과(小果)를 주로 생산하는 청송은 올해 대과(大果)가 많이 생산돼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권명순(58) 청송사과유통공사 사장은 "현지 수매가격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10% 증가했다. 올해는 생산량도 많고 과일 크기도 더 커 지난해보다 농가수익이 더 많다"고 했다.

덩달아 '짝퉁' 청송사과도 인기다. 청송과 맞닿아 있는 안동'영양'영덕'포항'영천'의성 등지의 도로변에는 지역을 지나치는 사람들 상대로 과일을 판매하는 좌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좌판 상인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수확한 과일들을 판매하지만 사과는 원산지가 '청송'으로 많이 표시돼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 청송에 연고가 있거나 청송에서 사들인 과일을 파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청송사과'라는 브랜드 이미지 효과를 노리려는 것이다. 도로변에서 과일을 파는 박모 씨는 "사람들이 청송사과를 워낙 많이 찾다 보니 청송이라고 붙여놔야 확실히 더 잘 팔린다. 대부분 청송에서 사오지만 물량이 없을 때는 다른 지역 사과도 청송이라고 붙여서 판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밀집지역을 다니면서 과일을 파는 화물차 상인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송에서 가져온 종이상자에 사과를 담아내지만 원산지는 다른 지역이 많다는 것.

화물차 상인 김모(47) 씨는 "과일상들은 주로 가장 인기 있고 검증된 지역에서 난 과일이라고 소개한다. 청송사과는 단가가 너무 비싸 안동이나 의성에서 산 것을 청송산이라고 파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청송지역 4천900여 농가 중 2천700여 농가가 사과를 재배한다. 지역 농가는 연간 4만2천여t을 생산해 1천억원 이상의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청송사과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지자체의 집중적인 지원이 한몫을 했다. 청송군은 올해도 전체 예산 2천792억원 중 농업분야에 22.9%인 64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농가 자재 지원사업과 일감 절감 및 경작 규모화를 위한 농기계 구매지원 사업 등은 사과농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FTA기금 사과생산시설 현대화사업과 과실 품위 유지를 위한 자재비는 사과의 품질을 향상시켰다. 다른 시'군과 달리 객토지원사업과 묘목, 관수시설, 사과저장시설 등의 지원 및 저장기술개발이 차별화된 농업정책으로 사과의 경쟁력을 높였다.

'일등 청송사과'를 만드는데 군수도 발벗고 나섰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2007년 군수직을 맡으면서 수도권 지역의 기관 단체장이나 기업 총수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날 때마다 청송사과를 가져가 그들에게 선물했다. 청송을 방문하는 많은 인사에게도 청송사과의 맛을 보이고 꼭 청송사과를 사가도록 했다. 한 군수는 '청송 하면 교도소'라는 이미지를 바꾸려고 2010년 3월 지역 기관장을 이끌고 법무부 장관을 만나러 가기도 했다. 그 해 8월, 30년 만에 교도소 명칭에서 '청송'이 빠지고 '경북 북부'로 대체되면서 청송사과의 브랜드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한 군수는 "사람들이 이제 청송 하면 사과를 떠올리며 '최고'라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사과 홍보를 했다. 그들 사이에서 청송사과가 맛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떤 광고보다 가치가 있고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왕산에 숙박단지…수도권서 2시간대 '힐링 캠프'

청송군은 내륙지역 최고의 관광도시를 꿈꾸고 있다. 주왕산과 주산지 등 수려한 자연환경과 문화재, 다양한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만 교통과 숙박 등의 열악한 기반시설 때문에 '지나치는 관광도시'였다. 숙박 불편 때문에 밤이 되면 다른 도시로 나가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청송은 최근까지 대기업의 리조트'조합 연수원, 자체 한옥 펜션 등을 확충하면서 관광도시의 최대 강점인 숙박시설을 확충했다. 특히 한 해 150만 명이 다녀가는 주왕산 입구에 모든 숙박시설을 집중해 숙박단지를 형성했다.

다음 달 들어서는 산림조합중앙회 임업인 종합연수원은 전체면적 8천656㎡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져 있다. 시'군 산림조합 임직원 교육과 임업후계자 등의 연수시설로 활용되며 일일 최대 250명까지 숙박할 수 있다. 연수원은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을 때는 단체 임원인에 한해서 시설을 대여해주는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청송은 지난해 3월 사상 최대 1천200억원 규모의 민자를 유치했다. 대명그룹은 주왕산 입구 7만7천㎡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8층의 관광'휴양'레저시설인 리조트를 세운다. 리조트는 콘도 24개 동에 409개 객실 규모를 갖추며 온천과 물놀이 공간 등을 갖출 예정이다. 청송과 대명그룹은 실시협약까지 마쳤고, 이달 중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고 7, 8월 중 착공할 예정이다.

주왕산 숙박단지에 가장 먼저 들어선 민예촌은 1천139㎡ 부지에 대감댁'영감댁'훈장댁'정승댁'참봉댁'교수댁'생원댁'주막 등 모두 8동에 28개 방이 있다.

민예촌은 최대 80명까지 숙박할 수 있으며 한옥마다 실제 지역 고택을 그대로 복원해 놓은 것이다. 대감댁은 덕천마을 초전댁을 재현했고 정승댁은 심부자가 살았던 송소고택 안채와 똑같다. 마을 안에 주막과 디딜방아, 투호 등 전통문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청송으로 오는 길도 편해졌다.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공정률 54%까지 올라왔다. 파천면과 진보면 두 곳에 나들목이 생길 예정이어서 수도권과 대구 등지에서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 등 수도권은 2시간대, 대구 등 남부지역은 1시간대로 가까워진다.

포항 기계~안동 국도 4차로 확장공사도 내년 완공을 앞두고 부분 개통을 진행하고 있어 경북도청이 들어서는 안동과도 현재 30분 거리로 가까워지게 됐다. 이 밖에 2017년까지 청송 우회도로 개설을 통해 청송읍에서 주왕산 숙박단지까지 도로가 더욱 편리해진다. 삼자현 터널이 내년 중 개통되면 영천'경산지역에서도 국도를 타고 청송 오는 길이 쉬워진다.

◆봄·가을, 수달래·사과 축제…겨울엔 아이스클라이밍

청송은 다양한 관광자원을 정비하고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31일, 전국에서 네 번째이며 대구'경북에서는 울릉도'독도에 이어 두 번째로 청송국가지질공원(Cheongsong Geopark)이 환경부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청송은 국가지질공원을 만들기 위해 산재한 자연유산을 연대'특징'형태 등으로 모으고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청송지질공원은 주왕산지구(122.46㎢)와 신성지구(52.8㎢)에 지질명소 17곳(기암 단애, 급수대 주상절리, 얼음골 등)과 지질탐방로 4곳(주방계곡, 신성계곡 녹색길 등)이 정비돼 현재까지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소설가 김주영(76) 작가의 소설 '객주'를 주제로 지어진 객주문학관은 현재 김 작가가 거주하면서 관광객들에게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 작가는 지난해 4월 객주문학관이 들어서면서부터 이곳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객주문학관에 들른 관광객들은 김 작가의 서적과 집필도구 등을 관람할 수 있으며 운이 좋으면 김 작가도 만날 수 있다.

천천히 여유를 즐기면서 자연'문화를 즐길 수 있는 '슬로시티' 청송은 외씨버선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외씨버선길은 전국 오지로 꼽히는 BY2C(봉화'영양'영월'청송)의 걷는 길을 하나로 묶어 각 도시마다 옛길과 숨은 역사 등이 담긴 재미있는 길이다.

2012년부터 남이섬과 손을 잡은 청송은 '장난끼공화국'이란 새로운 관광형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옛 월외초등학교를 개축해 중앙청 청사를 만들어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여러 가지 상상력을 심어주는 곳으로 만들었다. 전국 10개의 지자체와 남이섬 등으로 구성된 관광연대는 앞으로 투어프로그램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청송에만 있는 유일한 관광 콘텐츠 개발'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청송 하면 이제 꼭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을 유치한 청송은 5년 연속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아이스클라이밍의 최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올 1월 열린 청송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며 앞으로 5년간 계속적인 월드컵 개최를 세계산악연맹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올해도 세계 각국의 클라이머와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이 월드컵이 열리는 부동면 얼음골을 다녀갔다.

주왕산 숙박단지 내 개관한 청송백자'심수관도자기 전시관과 수석'꽃돌박물관 등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봄철 주왕산에 수달래가 만개할 때쯤 열리는 '청송 수달래 축제'는 용전천에 수달래 꽃잎을 띄우며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데 그 모습이 일품이다. 늦가을 사과수확기에 열리는 '청송사과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몰린 관광객이 청송사과를 값싸게 사려고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청송영양축협에서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는 청송사과한우플러스 유통타운은 주왕산 길목에 자리하면서 건강하고 육질 좋은 고기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춘삼 청송군 공보과장은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공보과를 신설해 다양한 홍보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며 "청송에만 있는 관광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에서 장기간 머무르면서 힐링하는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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