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유미 작가 개인전-29일까지 이상숙갤러리

원색의 향…강렬한 선… 화폭, 꽃이 되다

#넘치지 않는 절제 새로운 선법

#꽃향기 몸에 배어드는 듯 착각

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대상이다. 그래서 꽃은 오랫동안 구상회화의 중심에 있었다. 꽃이 가진 원초적 아름다움은 지금도 많은 작가들을 꽃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구상작가에게 꽃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존재다. 주제가 주는 신선함이 없어 자칫하면 진부한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차별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꽃 작업은 구상회화에서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비집고 들어갈 틈새시장마저 잘 보이지 않는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꽃을 재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화단에서 꽃 그림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많지 않다는 사실은 꽃 작업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이달 29일(일)까지 이상숙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권유미 작가는 꽃 그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몇 안 되는 작가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꽃 작업에서 블루오션을 확보했다는 것은 권 작가가 치열하게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 작가는 대상에 대한 조형적 탐구와 전통'현대 정물화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천착해 온 '꽃과 정물'이라는 주제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그녀는 자신만의 순수한 감성으로 꽃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권 작가에게 꽃은 심미안적 대상인 동시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상징한다.

그녀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심적 감성으로 꽃이 가진 아름다움과 화려함, 향기까지 시각화한다. 이를 위해 권 작가는 자신만의 다양한 조형 언어를 동원한다. 조형적으로 권 작가의 그림은 구상과 추상, 조각적 요소를 두루 머금고 있다. 이는 그녀의 작품을 차별화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빨강, 파랑, 노랑, 검정 등 강렬한 원색을 두텁게 덧칠한 붓질에는 꽃의 미학이 농후하게 배어 있다. 다소 비현실적인 구도와 화면 곳곳에 배치한 기하학적 문양은 깊은 인상을 전달하는 동시에 동화적 세계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꽃병에 자개를 잘라 붙이는 조각적 요소를 가미해 꽃의 조형성을 배가시켰다.

무엇보다 권 작가의 그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특징은 선의 미학이다. 꽃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법은 유연함이다. 여기에는 꽃의 미학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전통적인 선법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선법을 선택했다. 꽃을 품은 선은 유려하지 않고 다소 경직돼 있다. 하지만 권 작가는 넘치지 않는 절제력으로 이를 조절해 아름답고 유연한 꽃의 이미지를 그대로 녹여냈다.

권 작가의 꽃은 나쁜 기운을 탈색시키는 강렬한 밝음을 머금고 있다. 또 그녀의 작품에는 중심과 주변의 구분이 없다. 많은 꽃이 등장하지만 누구 하나 잘난 꽃이 없을 정도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듯 삼삼오오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권 작가의 꽃 그림이 보는 사람들에게 충만함과 행복감을 전해주는 이유다.

이번 전시는 권 작가의 18번째 개인전이다. 그녀는 'Flower scent for you'라는 타이틀에 맞게 꽃향기가 몸에 배어드는 듯 착각을 일으킬 만큼 매혹적이면서 따뜻한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상숙갤러리 관계자는 "어떤 이는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끊임없이 탐구해 나가는 현대미술에서 정물은 시대에 뒤떨어진 미술 장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권 작가는 고집스러운 작가 정신으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자신만의 꽃을 향기롭게 피워냈다"고 설명했다. 053)422-8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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