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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타지 은행 넘어갈까, 집 금고에 넣어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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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라도 더 받는다면…" 권역 깨고 '원정예금' 봇물

사상 초유의 기준금리 1% 시대가 도래하자 금융 이용자들은 0.1%라도 더 높은 금리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시중은행 예'적금에 돈을 붓던 은행 고객들은 빠르게 저축은행으로 이동하고, 자산 대부분을 은행 예금에 맡기고 투자와 담을 쌓던 자산가들도 투자상품(ELS)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연 2.6∼2.7% 충청권 저축은행 인기

지난 1월까지 한 저축은행 소속 배구단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사상 초유의 매진 사태가 벌어졌다. 이 저축은행이 내놓은 '기본금리 연 3.8%에 경기 티켓을 가지고 오면 0.6%포인트, 특정 지점에서 가입하면 0.2%포인트를 더 얹어주는 상품' 때문이다. 배구단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하면 우대금리 0.5%p가 더 붙어 연 5.1%까지 오른다. 상품 가입자들은 응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상품만으로 석 달간 1만436명으로부터 1천521억여원을 끌어모았다.

이처럼 발품만 판다면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는 상품들이 있다. 특히 충청지역 저축은행이 인기다. 충북 제천에 있는 한 저축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2.7%를 지급한다. 세종시와 청주에 있는 저축은행 등은 연 2.6%를 제공한다. 타지에서 원정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금리를 더 주는 예금 때문에 '손가락품'을 들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온라인펀드는 상대적으로 싼 수수료 덕에 인기다. 한 온라인 펀드회사의 판매잔액이 지난해 6월 말 440억원에서 지난 1월 말 4천399억원으로 10배가량 늘어난 사례도 발생했다.

◆개인금고 판매 작년보다 15%↑

고액 자산가 중엔 차라리 현금을 인출해 집에 보관하려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서 빠질 수 있고, 차명계좌 문제도 피해갈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금 보관용 개인금고 판매도 증가세다. 한 백화점에서는 올 들어 고급 금고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5% 늘었고, 이달 19일까지 매출은 지난해보다 32% 증가했다. 한 온라인쇼핑몰에 따르면 2012년 개인금고 판매량은 전년보다 2%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15% 늘었다.

금고에 보관하려는 듯한 백화점의 골드바 매출도 3월 들어 25% 증가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골드바 판매량은 2013년 704㎏에서 지난해 1천383㎏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도 금고 판매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2년 61.7%에서 지난해 25.8%까지 뚝 떨어진 상태다.

◆이자수입 노이층 공격적 투자로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은퇴 뒤 이자 소득으로 살아가는 고령층이다. 이들은 별다른 소득 없이 그동안 저축한 돈을 은행에 맡긴 뒤 받는 이자로 생활해 왔다. 따라서 이들에게 금리 인하는 곧 '소득 감소'를 의미한다.

5억원을 연 2.5%짜리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매달 104만원(세전)의 이자를 받지만 금리가 연 2%로 하락하면 83만원밖에 안 되며, 1.5%로 떨어지면 62만원만 손에 쥔다.

이렇게 되자 은행밖에 모르던 고령층도 금융투자상품을 찾아나섰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이른바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찾거나, 채권과 주식의 직'간접 투자에 나선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정기예금은 지난 2월 7조7천74억원 감소했고, 이전 석 달치를 합치면 무려 21조원이나 된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는 1조2천390억원, 채권형 펀드는 4조6천억원 증가했다. 한 증권사 신규 증권계좌 개설자 중 60세 이상 비중이 2012년 6.12%에서 지난해는 8.65%로 높아졌다. 그만큼 고령층의 '탈예금-투자상품 가입' 바람이 거세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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