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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통신] 벚꽃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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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현 서울정경부 차장

출근길에 가냘픈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벚나무 꼭대기에 연이 걸려 있었다. 아이들과 윤중로 벚꽃축제를 찾아왔던 아버지가 아이들 앞에서 기세등등하게 높이높이 올렸을 그 연은 초라한 몸짓으로 위태롭게 바람을 맞고 있었다. 연을 보며, 외면하고 싶은 한국정치를 생각했으니 정치부 기자이기는 한가보다.

4월의 일주일간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흰 벚꽃은 질 때도 꽃비를 내려 꽃길을 만들어준다. 같은 4월 공직생활의 정점에 올라 있던 이완구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 나흘간 일국의 총리답지 못한 언행을 보였다. 마지막까지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한다. "돈을 받았다면 목숨을 내놓겠다"가 아니라 증거가 나오면 그러겠다는 표현에 꽃길에 취해 즐거웠던 눈을 감게 되고 귀를 막게 된다.

3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그, 오히려 부패척결의 대상이 됐음에도 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한다. 도리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어떤 의혹이든, 그 의혹의 대상이 된 저는 국무총리로서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임하기 위해 잠시 직을 내려놓겠다. 저 하나로 정쟁의 4월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산적한 민생, 경제 법안 처리를 여야는 협치로 해결해달라."

아름다운 퇴장이 얼마나 다잡기 힘든지는 안다. 하지만 그 의지가 가슴속에서 강렬히 솟구치는 사람이 진정한 정치인이다. 공직생활 40년간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는 이 총리의 말을 믿는다. 그것을 증명하려면 의혹의 대상이 된 한 사람으로 돌아와 어떤 배려도, 어떤 특혜도 없이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본인의 말과 같이 그런 일이 없다면 돌아와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면 더 큰 힘을 국민을 위해 쓸 수 있다.

이 총리를 이렇게 몰고 간 당사자에게 두 번의 특별사면을 해준 이전 정권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너도 죽자며 물타기하는 것이 유승민 원내대표가 말한 '천막당사의 정신'은 아닐 것이다. 차떼기를 했으니 당사를 팔아 국고에 귀속시키고 우리는 거리에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으니 국민으로부터 심판받겠다는 것이 천막당사의 정신이 될 것이다. 유 원내대표가 지휘하려는 건강한 보수는 오히려 지금의 위기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오늘 아침, 어제보다 더 가지를 드러낸 여의도의 벚꽃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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