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는 하마터면 아이유는 술 광고를 하면 안 되고, 이효리'전지현은 해도 되는 그런 법이 만들어질 뻔했다.
만 24세가 안 된 사람들은 술 광고에 모델로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원회까지 갔다가 법으로 만들어지기 직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른바 '아이유 소주광고 금지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야기다. 정식 명칭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으로, 취지는 청소년이 무분별하게 음주 광고에 노출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었다.
이 법이 통과됐다면 6일 현재 만 21세인 아이유는 더 이상 소주 모델로 활동할 수 없다. 반면 1979년생으로 만 35세인 이효리나 1981년생으로 만 33세인 전지현은 '통과' 허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효리는 아이유가 하고 있는 소주 참이슬의 전 모델이었고 전지현은 맥주 클라우드의 지금 모델이다. 지역 기업인 금복주가 만드는 참소주 모델인 탤런트 강소라는 1990년 2월 생이라서 만 24세를 넘겨 괜찮다. 간통죄도 위헌 판정을 받는 판국에, 법적(민법상 성인은 만 19세)으로도 성인인 개인의 광고모델 활동까지 나라에서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할 뻔했다.
이 법안의 발의자는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영웅인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2012년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만 21세의 나이로 하이트 맥주 광고에 출연한 것을 보고 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한다. 이 법안의 원안에는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청소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일정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은 술 광고 출연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었다. 그나마 이 법안이 수정돼 연령제한만 하도록 했기에 망정이지 원안대로 통과됐다면 법이라는 이름 아래 웃지 못할 일들이 꽤 많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법사위원들은 이 법안이 청소년 음주 방지 효과가 나타날지 불분명하고 민법상 만 19세부터는 음주가 허용되는 점 등을 들어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또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하며 제동을 걸었다. 그나마 법사위 심의 과정이 없었다면 무개념 국회의원들에 의해 이 법안이 본회의도 통과됐을지 모른다. 법사위의 한 의원은 "이런 법안은 법사위에서 걸러내야 한다"며 "술도 먹을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는데 술 광고만 하지 말라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입법 취지에 동의하는 이들도 이 법안 자체에는 혀를 차고 있다. 음주운전 사망자가 줄어들지 않고 주취폭력 이야기가 꾸준히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것을 보면 음주의 사회적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개인과 기업의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광고 모델 출연을 법으로 제한한다니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과거 단 한 건의 법안 발의도 하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 의원들이 수두룩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입법 건수로 의원들의 성적표를 내는 기관도 있다 보니 부작용도 많다. 안 해도 되는 일, 없어도 되는 규정을 만드는 과잉 입법, 부실 입법의 폐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 법안도 그렇다.
공부하겠다는 국회의원을 막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공부도 제대로 해야 이런 난리가 벌어지지 않는다. 과잉 입법이 무법(無法)보다 못 하고, 부실 입법은 또 다른 규제일 뿐이라는 지적을 국회의원들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이 법안과 관련한 신문기사에 달린 댓글 몇 개를 소개한다. "진짜 할 짓들이 없나 보다. 애들한테 술이나 팔지나 말지. 청소년 술 판매 삼진 아웃이나 시행하지."
정말 그렇다. 청소년들에게 몰래 술, 담배를 파는 행위를 제대로 단속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인 청소년 보호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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