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히 가정 경제를 휘게 하는 달이다. 수입은 빤한데 씀씀이가 늘어나니, '헉' 소리가 절로 난다.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 날'성년의 날'부부의 날 등 무슨 기념일이 그리도 많은지, 자녀와 배우자, 본가'처가 부모와 본인 스승, 아이 선생님, 성년이 되는 아이, 불자인 경우 부처님 시주(25일 부처님 오신 날)에다 장례와 결혼 등 각종 경조사비와 계 모임까지 합하면 등골이 휠만도 하다. 40대 가장 3명과 함께 5월 가정의 달 씀씀이에 대한 3인 토크를 진행했다. 이들은 각자 처해진 환경에 따라 '5월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우릴 비참하게 하는지'에 대해 격렬하게 토로했다. 세 남자의 아픈 속내에 귀를 기울여보자.
◆세남자의 수다 "가정의 달 말입니까"…참석자
-.이상국(행복충전발전소장) "평소의 2배를 지출해요."
1969년생, 아내와 2녀, 5월 총지출 예상액 250만원
-.김준우(우먼라이프 편집장) "5월을 위해 몇 달을 저축합니다."
1973년생, 아내와 1남, 5월 총지출 예상액 230만원
-.신규식(이월드 홍보팀 대리) "한 푼이라도 적게 써야죠"
1973년생, 아내와 2남, 5월 총지출 120만원
-이번 달 총지출을 얼마 정도 예상하는지. 실제 허리가 휠 정도인가요.
▶이상국=아버지 용돈 20만원, 외식비 35만원, 경조사비 50만원, 부부의날 이벤트 비용 25만원, 동창회 등 각종 모임 20만원, 큰딸 주원(대학 2학년) 성년의 날 선물 30만원, 둘째 딸 나원(고교 2학년) 용돈 10만원, 집 봄단장 꽃값 20만원 등 250만원은 족히 쓰일 것 같습니다. 다른 달보다 2배가 넘는 지출입니다.
▶김준우=아들 수엽(초교 5학년) 선물 자전거 30만원, 본가 부모 30만원, 처가 30만원, 가족 외식 및 나들이 비용 60만원, 경조사비 50만원, 계 등 각종 모임 30만원 등 230만원 정도 예상합니다. 설 연휴 지나고 나면 3, 4월은 5월 지출을 생각해 허리띠를 조여맵니다. 6월에도 절약모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버티지를 못합니다.
▶신규식=짠돌이가 되어도 부족하기만 합니다. 첫째 아들 지욱(초교 4학년) 선물은 야구글러브 15만원, 둘째 아들 지환(6세) 바이클론즈(변신로봇 장난감) 6만원, 부모 용돈 40만원, 외식 및 나들이 비용 20만원, 경조사비 20만원 등 120만원 정도 지출을 예상합니다. 회사에서 따로 상여금도 나오지 않아, 월급쟁이로서는 여간 빡빡하지 않습니다.
-5월이 오면 돈이 부족할까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노하우는 없는가요.
▶김준우=5월이 잔인합니다. 전 솔직히 살벌합니다. 다른 달에는 가족 외식을 1번 정도밖에 하지 않는데, 5월에는 본가, 처가, 가족 등 매주 외식이나 나들이를 합니다. 또 5월에 결혼식은 얼마나 많은지요. 5월 첫째 주에만 25만원의 경조사비가 나갔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중심으로 3, 4, 6월에 가계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제 나름의 5월 대처요령입니다. 주변의 다른 분들은 제가 5월을 보내기 위해 얼마나 계획적으로 준비하는지 모를 겁니다.
▶신규식=박봉의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려다 보니, 지출을 줄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습니다. 본가와 처가의 용돈도 한 분당 10만원씩만 드립니다. 이번 어린이날에도 첫째에겐 30만원짜리 고가의 야구글러브 대신 15만원짜리, 둘째에겐 12만원짜리 '요괴워치' 대신 6만원짜리 바이클론즈를 사줬습니다. 두 아들에겐 미안하지만 50%씩 깎은 셈이죠. 가족 나들이를 할 때도 주로 캠핑을 하는데, 집에 있는 반찬과 과일 등을 싸가지고 떠납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행복을 찾으려는 나만의 비법이라고 할 수 있죠.
▶이상국=나름 로맨틱 가이로 살고자 하는 남편이자 한없이 자상한 아빠로 자녀들에게 보이고 싶은 제게 5월은 금전적으로 정말 가혹한 요구를 합니다. 사실 추석과 설 명절보다 5월의 지출이 훨씬 많습니다. 대략 따져봐도 1,5배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추석에는 선물만 사면 되고, 설날에는 세뱃돈 10만원 정도면 되는데 5월은 훨씬 많은 돈을 요구합니다. 전 5월이 되면 '그래 더 많이 벌자'고 다짐합니다. 내년 5월은 올해 5월보다는 넉넉하겠지 하는 거죠.
-가족(부모, 자녀)과 스승 등을 위해 쓰는 돈인데, 보람은 없는가요.
▶신규식=억지로 보람을 찾으려고는 하지 맙시다. 통장 잔고가 없어, 고통을 받는 걸 생각하면 사실 '보람'은 사치일 수 있어요. 그래도 굳이 긍정적으로 보자면 부모와 스승의 고마움을 알고, 자녀의 행복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요. 사실 저는 놀이공원이 직장이라 주말, 어린이날에도 자녀들과 놀아주지 못해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더 좋은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고 싶었는데, 그놈의 돈 때문에 아빠의 위상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상국=지금 이 질문이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1년 중 가족을 위하지 않는 달이 하루라도 있을까요. 다만 5월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할 수밖에 없도록 달력을 만들어 놓았잖아요. 뭔 기념일은 그렇게도 많으며, 계절의 여왕답게 평균 3∼5건의 결혼식, 갑작스러운 장례식 2∼4건, 각종 모임 등 지갑에 돈이 채워질 날이 없습니다. 그래도 전 로맨틱하고 넉넉한 가장으로서 위상을 잃지 않으려 여유가 있는 척합니다. 더 말하면 제가 구차해집니다.
▶김준우=5월에는 매주 외식 또는 가족 나들이입니다. 한 번 나가면 15만∼20만원은 족히 깨집니다. 사실 가정 경제가 이렇게 빡빡하다 보니, 부부의 날과 스승의 날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립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말해서 학창시절 은사들에게 선물 하나 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린이날 아들에게 사준 제법 비싼 자전거도 사실은 지난해 말부터 사주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어린이날에 맞춰서 해준 것입니다. 어쨌든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해줬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저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정도죠.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사진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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