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 의전 거품 '쏙∼' 축제가 웃었다

영주 경북도민체전 "진행 속도 훨씬 빨라져", 청송군 어린이날 행사 "주인공이 대접받아"

#1 제53회 경북도민체전 폐막식이 열린 지난 11일 영주시민운동장. 예전 같으면 최소 5, 6명의 인사말이 이어졌겠지만 이날은 내빈들의 인사말이 전혀 없었다.

행사에 참석한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사회자가 참석자 소개만 짤막하게 했고 아무도 인사말을 하지 않았다"며 "덕분에 행사 진행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빨랐고, 모든 관람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2 지난 5일 청송군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 도지사를 대신에 참석한 권오승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행사 진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예년엔 참석자들 인사말과 환영사가 늘어지면서 행사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파김치가 된 모습을 여러 번 봤지만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달랐던 것.

권 국장은 "인사말 한마디 없이 내빈들은 곧바로 어린이들에게 줄 경품 추첨을 했다. 공직 생활 40년이 됐는데 주인공이 대접받는 행사를 이제야 봤다"고 털어놨다.

경북도 내 23개 시군 전역으로 불고 있는 '겉치레 의전 파괴' 바람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포항의 경우, 이강덕 시장의 행사 참석률이 올 초보다 30%가량 줄었다. 시장이 참석했던 행사들은 구청장과 부서장들이 대신한다. 또 내빈들을 한꺼번에 소개하거나 영상에만 띄워 행사진행을 2분 안에 끝내고 있다.

영천시도 행사 때마다 대회사 및 축사 등을 위해 5∼7명이 단상에 올랐으나 최근엔 3명 이내로 제한했다. 대회사 및 축사도 1분 이내로 끝낸다. 자리는 행사 주관단체 및 시상자'노인'장애인'어린이 등이 맨 앞에 앉고 나머지는 오는 순서대로 앉는다.

성주군도 좌석지정제를 폐지, 먼저 오는 순서대로 앉는 방식을 시작했다. 내빈 소개도 없앴다.

이와 관련, 성주군 사회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30여 개 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각 행사에 지역 선출직 단체장 초청을 자제하기로 결의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모든 행사의 주인은 지역민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행사를 탈바꿈시키겠다"고 했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성주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