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부터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통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으로 신분증을 촬영한 사진을 전송하거나 영상통화를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아울러 기존 금융거래 기록과 택배직원의 확인서도 본인인증 자료로 활용한다.
정부는 18일 열린 제3차 금융개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깐깐하게 운영돼 온 실명확인 절차를 22년 만에 손질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의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함으로써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시장이 활성화되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융합한 핀테크(Fintech)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정보통신(ICT)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거래가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금융거래의 시작을 반드시 대면 방식으로 하도록 해서는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대포통장을 활용한 각종 금융사기 사건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점은 걱정이다. 보다 편리해지기도 하지만 편법을 동원한 불법 실명확인 시도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 VS 편리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후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금융거래를 위해 반드시 본인이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해 본인인증을 받아야 했다. 지하경제를 차단하고 검은 거래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비대면 본인인증을 허용해 달라는 정보통신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편리함보다 금융거래의 안전과 투명한 자금흐름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은행을 직접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자 정부도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 CD'ATM,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금융거래가 전체 거래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편리함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의 발달도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에 한몫을 했다. 이와 함께 강력한 정보통신 기반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세계 핀테크시장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정부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업계 환영
금융회사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으로 고객들의 편의를 더 살펴 드릴 수 있게 됐다"며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보다 경쟁이 치열해지기는 하겠지만 지점 운영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비실명 본인확인은 12월 은행권부터 시행한다. 농협, 증권사 등 여타 금융기관은 내년 3월부터 비실명 본인인증이 가능하다. 보험사, 카드사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들 두 업권은 지금도 비대면 본인인증이 가능하다.
◆명의 도용 등 금융범죄 악용 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안전보다 편리함을 선택함에 따라 금융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명의 도용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다. 본인이 모르는 사이 통장이 개설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명의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통장 개설 상황을 철저하게 감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선진국에서 검증이 된 신분증 사본 제시,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우편 전달 시 확인, 기존 계좌 활용 등 4가지 방법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본인인증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실명확인이 허용될 경우 대포통장을 개설하려는 시도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우려한다"며 "창구 직원에 대한 교육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비대면 거래 시 자금원이나 거래 목적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비정상 거래를 포착하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도 운영할 방침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테스트 과정에서 금융사기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사전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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