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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지우는 병원…"아이는 어디서 낳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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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의 한 산부인과의원은 최근 모발클리닉을 새로 개설했다. 10년 전 산부인과를 열었지만 최근 들어 병원 운영이 힘들만큼 환자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는 아예 비만과 피부미용, 성형전문클리닉을 개원했다. 혼자 분만실을 운영할 수도 없고, 분만을 많이 해도 의료수가가 낮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영천에서 최근 일반의원으로 개원을 한 의사는 대구에서 산부인과를 했었다. 영천에는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단 한 곳도 없지만 산부인과보다는 노인들의 통증 치료를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개원의가 분만실을 운영하려면 최소 의사가 3명 이상 돼야 하고, 간호사도 3교대 근무를 위해 7명 이상 필요하다"면서 "낮은 의료수가로는 도저히 병원 운영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대구경북의 출산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크게 줄고, 분만을 맡길 수 있는 산과 전문의도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구의 산부인과의원 수는 2006년 109곳에서 올 3월 현재 83곳으로 23.9%(15곳)나 감소했다. 경북도 같은 기간에 76곳에서 27.7% 감소한 55곳으로 줄었다.

산부인과 전문의도 턱없이 부족하다. 2004년 241명이던 대구의 산부인과 전문의는 10년 동안 불과 45명이 늘어난 286명에 그쳤다. 경북은 2004년 218명에서 2013년에는 216명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대구에서 교수가 되기 위해 수련하는 전임의 가운데 산과 전공은 단 한 명도 없다"면서 "현재 산과 전문의 절반 정도가 50대 이상일 정도로 전문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야간 당직이 잦고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산과 전문의들을 늘리기 위해서는 의료수가 개선 등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 전문 병원들도 경영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달서구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의 경우, 최근 병원 분만 환자를 대상으로 산후조리원 입원 비용을 160~170만원에서 100만원 이하로 낮췄다. 2006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또 다른 산부인과병원는 190만원이던 산후조리원 비용을 110만원으로 내렸고, 성형외과를 개설했다.

대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 관계자는 "의사 6명이 분만실을 운영하려면 최소한 월 150건 이상 분만이 이뤄져야 겨우 수지를 맞출 수 있다"면서 "전체적인 분만 건수가 줄다 보니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경북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경북의 경우 분만을 할 수 없는 시'군은 모두 11곳에 이른다. 청송, 영양, 의성, 군위, 봉화 등 경북 북부 지역뿐만 아니라 영천, 청도, 고령, 성주, 칠곡 등 대구 근교의 시'군도 5곳이나 된다. 이곳 사람들 3분의 1이 한 시간 이내에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없다.

경북도 관계자는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산모나 신생아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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