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왼쪽 발 화상으로 걷지 못하는 이민수 군

두 차례 화상 수술…걷지 못하는 다섯살배기

이민수 군의 어머니는 모자란 치료비로 인해 민수가 치료 시기를 놓칠까 걱정이 가득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이민수 군의 어머니는 모자란 치료비로 인해 민수가 치료 시기를 놓칠까 걱정이 가득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5살 이민수(가명) 군은 1년 넘게 제대로 뛰어놀아보지 못했다. 1년 전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근 뒤 화상이 왼쪽 발에 남았고,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으로 발을 제대로 딛지 못한다. 친구들과 집 밖에서 뛰놀고 싶어하지만, 불편한 발 때문에 어린이집조차 가지 못하고 집과 병원만 오가는 민수. 엄마는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후회로 매일같이 가슴을 친다. "흉터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나요. 약도 충분히 바르고 치료도 제대로 받게 해주고 싶은데 형편이 그렇지를 못하니…."

◆힘들어도 단란했던 여섯 식구

민수는 엄마에게 늦게 찾아온 귀한 선물이었다. 위로 고등학생, 중학생 형이 태어난 이후 9년 만에 민수가 생겼고, 당시 힘든 형편이었지만 가족들은 늦둥이 민수를 보는 재미에 행복감을 느꼈다. "20살에 일찍 결혼해서 첫째와 둘째는 정신없이 키워서 예쁜 줄도 몰랐는데 민수는 형들과 나이 차가 크게 나서인지 그렇게 예쁘더라고요."

같은 섬유업체에 근무하게 된 인연으로 만나 결혼을 하게 된 민수의 부모님은 10여 년 전 작은 식당을 운영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아빠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엄마는 손님을 맞으며 생계를 이어갔고, 민수의 두 형이 태어나면서 자식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일했다.

가족의 삶이 그늘지기 시작한 건 형들이 걸음마도 떼지 못할 정도로 어렸던 때였다. 추운 겨울 배달을 가던 아빠가 눈길에 미끄러졌고, 허리와 다리를 다쳐 6개월이나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엄마까지 아빠의 병간호에 매달리면서 식당은 문을 닫았고, 생활은 빠듯해지기 시작했다. "가장이 다치니 집이 순식간에 기울더라고요. 병원에서는 더 입원해있어야 한다는데 돈을 벌러 나가야겠다며 고집을 피워 퇴원했는데, 몸이 상해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질 못했어요."

퇴원한 아빠는 건설현장 일용직과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엄마도 식당일을 하면서 살림을 꾸려갔다. 그렇게 빠듯하게 살아오던 가족에게 민수가 찾아왔다. 민수가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엄마는 아이를 둘러업고 식당일을 다시 나갈 정도로 힘겨운 생활을 꾸려갔지만, 민수의 동생까지 태어나면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여섯 식구가 지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민수는 손수레에 태우고 민수 동생은 등에 업고 파지를 주우러 다니기까지 했어요. 그래도 애들이 잘 커주니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비용 부담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민수

지난해 3월 민수의 생일, 엄마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민수의 발과 엄마의 마음에 큰 상처가 남은 날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민수와 동생을 씻기려고 물을 데웠다. 고무 대야에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찬물을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민수의 비명이 들렸다. 엄마가 달려갔을 때 민수의 왼쪽 발은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크게 화상을 입었다. "끔찍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그때 민수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후회되고 괴롭죠."

병원으로 옮겨진 민수는 두 차례 화상 수술을 받았다. 허벅지 피부를 떼어내 이식하면서 발 형태는 예전처럼 돌아왔지만 발등에는 커다란 상처가 남았다. 몇 달 뒤 민수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흉터가 당기고 통증까지 있어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다니지 못했다. 잠든 사이에 상처를 긁어 살이 찢어지고 상처가 덧나는 통에 엄마는 밤잠을 설쳐가며 민수를 돌봐야 했다.

얼마 전 민수는 화상 부위가 당겨 제대로 걷지 못해 병원에 다시 들어왔다. 아들의 상처가 씻은 듯 낫기를 바라는 엄마지만 마음 한편엔 다른 걱정이 있다. 건강보험조차 적용되지 않는 비싼 화상치료 때문이다. 민수의 상처 부위에 꾸준히 발라줘야 하는 보습제와 연고, 붕대만 한 달에 수십만원이 들어간다. 게다가 화상 부위의 상태가 좋지 않아 추가 수술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소식에 엄마는 한숨만 쉬고 있다.

"민수가 다친 이후 빚이 늘어난 건 물론이고 쌀과 반찬조차 지인들에게 얻어먹을 정도예요. 그렇다고 아픈 애를 두고 일을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민수 상처에 보습제 한 번 듬뿍듬뿍 발라줘 보는 게 간절한 소원입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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