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떠나야겠다. 대통령님! 가난을 아십니까?"
이것은 김 씨가 절규하며 남긴 마지막 한마디다. 가난 때문에 병들고 가족과 헤어져 홀로 지내던 김 씨는 3움(외로움, 괴로움,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맵싸한 번개탄 연기 속에서 세상을 얼마나 원망하고 있었을까? 지병으로 일을 못 해 임대아파트 관리비가 밀리고 수면제와 항우울제 남용, 알코올 중독 등이 죽음을 앞당기고 말았다. 계속 연락이 안 돼 찾아온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어 소방과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2013년 기준 대한민국의 한 해 자살자는 1만4천427명이고, 인구 10만 명당 28.5명에 이른다. OECD 국가 중 10년 넘게 1위다. 우리 소방의 119구급차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자살 시도자도 연간 4만여 명이나 되는데 이 중 8%만이 상담 및 치료를 받고 나머지 92%는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귀가한다. 이들의 자살 재시도율은 4년 내 20%에 이른다. 전국 화재 통계도 살펴보면 2014년 화재 사망자 325명 중 방화로 인한 사망자가 104명(32%)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방화가 발생하면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고 이 중 자살방화의 시도가 많아지고 있어 우리 소방에서는 방화 방지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 한 사람의 자살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끼친다. 게다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부정적 충격을 준다. 그래서 자살은 창조경제의 암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살에 관한 논문 및 사례를 종합해 보면 자살자는 사전에 자살을 암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인다. 이런 징후들을 미리 발견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자살률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자살 위험 소지자를 신속히 발견하여 상담 등을 통한 위기 중재 및 의학적 치료, 경제적 지원에 적극 나선다면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자살이 증가하는 계절, 봄이다. 최근 발표된 삼성서울병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유명인이 자살하면 '베르테르 효과'로 인해 평소보다 모방 자살이 평균 26%나 증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베르테르 효과의 사전 차단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은 언론에 의해 반드시 지켜질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 등으로 인해 우리 주위에는 물질적 정신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 모두 이웃의 어려움을 알고 소외되지 않도록 더욱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옛날 두레, 품앗이 등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전통이 지금 이 시점에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도 현실의 고통이 너무나 심해 자살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에 실린 공자의 말씀을 알려 주고 싶다. 공자는 제자인 증자에게 "무릇 효란 덕의 근본이요, 가르침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라고 말씀하셨다. 자살을 계획하기 전 부모님을 생각하자! 고통은 견디는 것이지 이기는 것이 아니다. 몸이 아프고 화가 날 경우 주위에 불만을 표출할 것이 아니라 조용히 자신을 관찰하여 이 고통과 화는 어디서 왔는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고, 그 원인을 피할 방법 마련과 실천에 나서야 한다. 그러면 나도 좋아지고 주위의 남도 좋아진다. 이것이 자기성찰이요, 깨달음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절실히 필요하겠지만 먼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해 주고 싶다. 우리 소방은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소외 계층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신속한 출동으로 소중한 생명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창조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인 자살 방지에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조그만 힘이나마 적극 보태주길 바란다.
박희욱(대구달서소방서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