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을 향해 도가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쏟는 이들이 있다. 열심히 응원하고 지켜보는 차원에서 벗어나 아예 소유욕을 드러내며 주변을 맴돌기도 한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을 정도의 치밀함과 집착 증세를 보이며 스토킹을 해 문제가 되는 예도 많다. 흔히 '사생팬'이라는 신조어로 불리는 극성팬들로 인해 스타들이 직접 괴로움을 호소하거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최근에도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 이하늬를 향한 비뚤어진 팬심 때문에 스토킹을 했던 한 남성이 법적 제재를 받았다. 어긋난 팬심, 그리고 이들로 인해 발생했던 각종 사례들을 살펴봤다.
◆여자 연예인에 "만나자" "결혼해달라" 무리한 요구
지난 9일 이하늬에 대한 비방 및 협박성 글을 온라인에 올려 문제를 일으킨 40대 교회 전도사가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도사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그해 6월까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하늬에 대한 성적인 내용을 포함해 230여 차례에 걸쳐 비방 글을 올렸다. 그 외에도 모욕적인 내용의 글을 34차례, 또 '머리를 전부 뽑아버리겠다' 등 협박성 글도 23차례나 올리며 이하늬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이 전도사는 2005년부터 이하늬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2009년 12월 이하늬의 공연을 본 후 더욱 깊이 빠지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하늬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비방 및 협박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또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글을 썼다' '이하늬는 신이 정해준 배우자' 등 터무니없는 말을 늘어놨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하연수도 1일 자신의 SNS에 "결혼하자"는 내용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린 네티즌을 상대로 일갈했다. 당시 하연수는 "내가 정말 이런 농담을 싫어하고 불쾌하다. 그저 농담으로 한 말이라도 매번 '결혼하자'고 소름 돋을 정도로 같은 내용의 글을 쓰기에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늘 같은 내용과 같은 이모티콘. 신경정신과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는 분인가 했다"며 "내가 올리는 게시물마다 결혼 운운하며 댓글 다는 행동은 너무 지나친 것 같다. 미래의 부인 되실 분을 생각한다면 부끄러운 행동이다.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라는 걸 뱉기 전에 상대의 기분도 생각해 주기 바란다"는 글을 올리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걸그룹 시크릿 멤버 전효성도 방송에서 수시로 회사로 찾아와 만남을 요구했던 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수개월에 걸쳐 만나달라고 요구하다 위협까지 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수 이현우는 매일같이 검은 봉지 안에 고등어를 들고 따라다닌 팬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어떤 날은 자택 엘리베이터 안에서 봉지를 들고 이현우를 기다리기도 했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이현우 앞에서 "고등어 가지고 왔는데 왜 이제 오냐"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남자 아이돌, '사생팬'과의 전쟁은 일상
동방신기와 빅뱅·엑소(EXO) 등 인기 절정의 남자 아이돌 그룹의 경우 사생팬과의 전쟁은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숙소 열쇠를 복사해 제멋대로 들락거리는가 하면 멤버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아내 수시로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생리혈을 모아 전달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는 사생팬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숙소로 들어가 불을 켰다가 낯선 여자를 발견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일화는 젊은 아이돌 스타들에게 흔한 이야기다.
스케줄을 훤히 들여다보며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것도 사생팬들이 흔히 하는 행동 패턴이다. 빅뱅 멤버 승리의 경우 중국에서 사생팬을 피해 달아나다 교통사고를 당한 적도 있다. 엑소 멤버 백현은 친형의 결혼식장까지 찾아온 사생팬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축가를 부르러 온 엑소 멤버들을 보기 위해 사생팬들이 의자 위에 올라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인을 받겠다며 소동을 부려 잠시 식장이 혼잡해졌다.
그룹 블락비의 지코도 지난해 10월 SNS를 통해 사생팬에 경고문을 남겼다. 당시 지코는 "작업실마저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게 되면 향후 블락비의 모든 음악 생산에 지장이 생긴다. 무턱대고 방문해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하면서 찾아오는 건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니 도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생팬들의 극성이 이어지자 "숙소 방문 소름 끼친다. 당장 그만둬라"고 재차 경고했다. 그러고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멤버들 주의 끌어내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 받으면 훈장 단 것처럼 성취감 느끼는 건가'라는 글로 난처한 심정을 알렸다.
◆아이돌 중심으로 '사생팬' 확산, 건전한 팬 문화 정착돼야
흔히 연예계에서는 '그 스타에 그 팬'이란 말을 자주 쓴다. 스타의 이미지에 맞게 팬들의 행동 패턴이 닮아간다는 말이다. 팬심을 드러낼 때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스타를 찾아냈을 때에나 가능하니 그 말도 맞긴 하다. 하지만, 이미지가 좋은 스타라고 항상 건전한 팬들을 거느리는 건 아니다. 팬클럽 등을 중심으로 스타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 힘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타를 독점하고 싶어하는 사생팬은 법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막아낼 재간이 없다. 특히나 아이돌 스타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최근 연예계의 분위기로 인해 사생팬으로 인한 문제 발생 빈도 역시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사생팬을 막으려다 보니 스타 본인이 직접 나서 싸움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소속사 관계자들이 나섰다가 더 큰 문제에 휩싸이기도 한다. 최근에도 엑소 멤버들의 사진을 찍으며 따라붙던 한 팬을 매니저가 과잉 진압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케이스가 나왔다. 소속사 매니저의 과한 제지도 문제였지만 평소 사생팬들의 어긋난 팬심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행동이었을 거란 게 대다수 연예계 관계자들이 내놓는 분석이다.
상당수 심리학자들은 사생팬들의 행동에 대해 '스타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 또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큰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정신병이나 의도적인 스토킹으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현 사생팬들의 대다수가 10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어리고 미숙하기에 생기는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고 그저 끌리는 대로 따라가다 사생팬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적정선에서 예의를 지키며 호감을 드러내는 방법을 학습하게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생팬이 되어버린 이들이 '건전한 관심거리'를 가지고 문제점을 자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사고로 연결되기도 하는 사생팬의 어긋난 팬심을 그저 '연예인과 팬들의 문제'로만 보기엔 그 정도가 지나치다. 결과적으로 연예인 개인의 부담이 가장 크겠지만 주위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건전한 팬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