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을 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스위스를 30여 번 간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스위스는 언어권 따라 여행을 하면 좋다.
독일어권이 약 70%를 차지한다. 스위스의 동쪽, 중앙, 남부 일대에 걸쳐 있다. 프랑스어권은 20%를 차지한다. 제네바와 레만 호수 그 일대를 아우른다. 또 이태리어권은 3개의 성으로 유명한 벨린초나, 호반의 도시 루가노, 영화의 도시 르카르노 등 약 10%를 차지한다. 나머지 언어는 로망슈어라 해서 스위스 동남쪽 쿠어 지방에서 옛날 켈트인이 사용하던 언어다. 약 0.5% 정도 차지한다. 이렇게 4개의 언어권이 서로 뒤섞여 있어 스위스 국민은 최소 4개의 언어를 잘 구사한다.
독일어권의 여행 시작은 스위스 동쪽 취리히에서 시작하면 좋다. 취리히는 스위스 제1의 도시이지만 유적지는 별로 없다. 하지만 호수를 둘러싼 도시 분위기 때문에 그래도 들러야 할 곳 몇 순위에 들어간다. 특히 취리히 공과대학의 자연사박물관은 관람료가 무료인데다 규모가 웬만한 자연사박물관보다 더 크고 수준급이다. 취리히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수도원의 도시 상트 갈렌, 오스트리아 국경 인근 인구 3만5천 명인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수도 파두츠, 하이디의 고향인 마이언펠트, 온천도시인 라트바가츠까지 구경하려면 최소 3일은 잡아야 한다.
취리히 북쪽으로 가면 라인강의 발원지인 보덴호수와 세계사 시간에도 등장하는 콘스탄틴 공의회로 유명한 콘스탄틴에서부터 시작해서 라인폭포로 유명한 샤프하우젠, 500년 전 벽화마을 슈타인 암 라인, 도보로 다리를 건너면 독일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라인펠덴, 스위스 제3의 도시 바젤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취리히 아래쪽인 스위스 중부에는 알프스 산맥이 시작되는 곳이자 스위스 발상지 중의 하나인 루체른, 아들의 머리에 얹은 사과를 맞힌 빌헬름 텔의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 알트도르프, 18세기 초에 벌써 굴을 뚫어 산꼭대기까지 열차를 운행시킨 융프라우 등이 있다. 스위스 전통마을을 구경하려면 융프라우 아랫동네인 인터라켄과 중간마을인 그린델발트로 가야 한다. 또한 폭포마을인 라우터브룬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만약 위에 열거한 도시 모두를 방문하려면 최소 1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위스 구석구석을 보려면 여행 기간을 한 달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스위스를 한 달 동안이나 다녀야 할까? 척박한 땅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그 정신 하나 보러 다닌다면 비싼 돈 들여서 다닐 만하다. 우리나라 영남지역 땅덩어리만 한 스위스를 관광 대국으로 이끈 건, 바로 내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나만의 고집을 부린 결과이다. 어딜 가든 비슷한 베끼기 콘텐츠는 관광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기 딱 좋기 때문이다.
군위체험학교 이사·KBS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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