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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법원 감정…하루 비용 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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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스템 감정료 제각각, 주관적 판단 개입 가능성

대구에서 악기점을 운영하던 A(50) 씨는 2년 전 이웃에서 발생한 불이 옮아 붙으면서 점포 내부를 모두 태웠다. 이웃 가게가 화재보험을 들었지만 보상비가 기대에 못 미치자 '피해 보상금 1억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제대로 된 보상금을 받기 위해선 정확한 피해 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A씨는 법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감정료를 확인하고는 놀랐다. 하루 감정비가 무려 600여만원에 이른 때문이다. 1년여 소송 끝에 4천여만원을 보상받은 A씨는 "변호사 비용보다 감정 비용이 더 들었다"고 했다.

민사 재판에서 감정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감정료가 비싼 데다 감정 매뉴얼이 명확하지 않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 요청으로 진행된 감정은 모두 2천966건에 이른다. 경매 감정(2천29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신체 감정(532건), 시가 감정(313건) 등이 뒤를 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전국적으로 감정 시장 규모는 2조원 안팎, 대구경북은 2천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감정인은 법원이 각 분야 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이들 중 지정하며 대구에서는 443명의 감정인이 활동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공사대금 소송과 각종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이나 의료 소송이 늘면서 감정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며 "감정 결과가 증거의 하나일 뿐이지만 재판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정에 대한 매뉴얼이 명확하지 않고, 감정료가 많이 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아파트 하자 보수 감정의 경우 균열이나 부식 등은 하자 여부가 명확하지만 벽 틈새, 화장실 방음 등을 하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통일된 매뉴얼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감정인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공산이 크면서 감정료가 제각각이라는 주장이 많다. 한 변호사는 "건축사나 설계사 한 명이 아파트 하자 보수 전체를 감정하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감정을 정확하게 하기 어렵다"고 했다.

소송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는 감정료가 높은 것도 문제다. 화재 감정의 경우 하루 감정에 수백만원이 들고,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 관련 감정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를 넘기도 한다.

변호사들은 "변호사 수임료와 비교하면 감정은 들이는 공에 비해 감정료가 너무 비싸다"며 "국가가 인정하는 공인된 감정기관 설립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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