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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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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희
우남희

민원이 발생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잠이 오지 않는다. 팔순 어른과 언쟁을 벌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해마다 결혼기념으로 나무를 심었다. 때가 되면 장미, 치자, 홍매화가 집안으로 들어오고, 또 때가 되면 제 빛깔을 환하게 풀었다. 결혼 4주년이 될 즈음 이웃한 어린이집에서 개나리 한 포기를 얻었다. 개나리의 속성을 알면서도 구석이 환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화장실 앞에 심고 결혼기념 식수라고 명명했다. 어머님은 가지 치는 나무는 집안에 심는 것이 아니라며 뽑았다.

대문 밖에는 두 평도 채 못 되는 길쭉한 자투리땅이 있다. 청석돌이 태반이지만 나 몰라라 하지 않는 이상 개나리를 심을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돌을 골라내고 흙을 갖다 부었다. 개나리가 땅을 끌어안고, 땅이 개나리를 품어 안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어렵게 출발한 우리에게 근면과 성실이 살림밑천이었다면, 개나리에게는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내가 밑천이자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올곧은 한 그루의 나무로 키우고자 수시로 곁가지를 쳤다. 아픈 만치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나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해를 거듭할수록 굵기를 키웠다. 봄이면 길손들의 가슴에 노란 꽃등을 달아주고, 여름이면 아낌없이 그늘을 드리웠다. 수양버들처럼 휘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었고 가을이 되면 그 잎들이 앞집 뒤꼍으로 떨어졌다.

그게 할머니에겐 눈엣가시가 되었나 보다. 출근하고 없는 틈을 타 당신 집 쪽으로 난 가지를 가차없이 잘라버렸다. 팔뚝보다 굵은 가지가 잘리면서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렸다. 상처 난 모습을 볼 때마다 지켜주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도시도 아닌 시골에서 이웃과 정을 나누던 때도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1년 이상 발목을 잡았던 보상 문제가 해결되어 집 앞의 도로 확장공사가 재개되었다. 공사가 재개되면서 개나리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됐다. 일부러 화단을 만들어 꽃길을 조성하는데 대문 쪽으로 들어온 자투리땅을 포장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설득했다. 키가 나보다 훨씬 크지만 개나리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주어야 했다. 그런데 측량하면 자기네 땅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으로, 떨어지는 잎이 눈엣가시라서 민원을 넣어 발목을 잡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할머니와 얘기해봤자 쇠귀에 경 읽기였다.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개나리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할머니의 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담당자의 말과 결혼기념으로 심은 나무이기에 톱질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된 300여 년 된 이웃마을(대구 달성군 옥포면 교항리)의 이팝나무처럼 세세연년 이 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되도록 살렸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확장공사를 재개한 지 거의 한 달 만인 어제 도로가 개통되었고, 개나리에 대한 민원도 해결되었다. 좁고 구불구불하던 골목이 시원스럽게 뚫린 것처럼 개나리도 쭉쭉 가지를 뻗어 내년에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길손들을 부르리라.

우남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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