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불어도 됩니까?", "예, 그냥 가세요."
10일 오후 9시쯤 대구 달서구 달서공고 앞 도로. 경찰이 메르스 사태로 중단했던 검문식 음주운전 단속을 다시 벌이고 있었다. 경찰관 10명 정도가 왕복 4차로 중 송현동에서 상인동으로 향하는 차로 3개를 막고 음주운전 단속을 했다. 이 구간은 상인동 아파트 단지로 귀가하는 차량이 많은 곳이다.
재개된 음주단속은 메르스 사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경찰관이 경광봉을 흔들며 차를 세우고 음주감지기를 내밀자 운전자는 곧바로 '후'하고 입김을 불어 단속에 응했다. 하지만 다른 차 한 대가 다가오자 경찰관은 창문을 내려달라'고 말한 뒤 운전자의 얼굴을 살피더니 음주측정 없이 차량을 그냥 보냈다. 이전 단속과 달리 눈이나 냄새로 음주 여부를 확인한 뒤 의심 운전자만 음주감지기로 측정했기 때문이다. 경찰관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로 단속에 나섰고, 한 번 사용한 음주감지기는 곧바로 과산화수소로 소독했다.
대구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메르스 감염을 우려하는 운전자들이 있어 마스크 착용과 소독을 철저히 하고 측정기도 육안 식별 후 사용하고 있다"며 "다행히 운전자들이 대부분 협조적으로 단속에 응해주고 있다"고 했다.
운전자들은 한 달여 만에 재개된 음주운전 단속에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운전자 임모(35) 씨는 "오랜만에 음주운전 단속을 당했다"며 "최근 메르스가 잠잠해졌다고는 하지만 감지기에 입김을 부는 게 아직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5일부터 음주감지기로 인한 메르스 감염 우려가 커지자 검문을 통한 음주측정을 잠정 중단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메르스 우려가 컸던 한 달여 동안 술자리를 줄이는 사회 분위기로 음주 교통사고가 크게 줄었지만 메르스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다시 음주운전이 늘어날 수 있어 단속을 재개하게 됐다"며 "메르스 사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운전자의 얼굴이나 차량 운행 상태 등을 살핀 뒤 음주감지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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