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영의 진학 디자인] 내 아이에게 맞는 고교 선택이 최선

학생 공부 성향과 학교 교육과정 사이 '궁합' 살펴라

한 고입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한 고입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김기영
김기영

고교 입시 설명회 시즌이다. 특목고, 자사고 등 일반고 외의 고교 진학과 관련된 설명회가 공교육, 사교육 영역에서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 설명회마다 발 디딜 틈 없이 성황이다. 학부모들이 고교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그만큼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학부모들의 고민이나, 알고 있는 정보들을 들어보면 방향 설정부터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대학 진학 실적이 가장 좋은 고교는 어디인가요?" 진학 상담 때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A고교는 서울대 합격자 수가 얼마나 되나요?" "B고교는 수능 1등급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요?" "수시모집을 잘 준비하는 고교에 보내는 게 유리하다는데 어떤 학교가 있나요?" 고교 유형이 다양화되고 학교별 특성도 제각각이어서 대학 진학 방법과 실적을 따질 때 어떤 차이가 나는지 도무지 알기 힘든 학부모들로서는 그만큼 궁금함이 클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마음이 답답할 시기다. 당장 내신성적을 받기에 유리한 일반고에 보내느냐, 면학 분위기가 좋고 진학 실적이 우수한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내느냐, 일반고를 간다면 또 어느 고교를 선택하느냐를 결정하기가 여간 고민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의 학습 특성이나 진로 희망, 성격 등이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진로'진학지도 방향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3년 후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교 선택은 그만큼 어려운 문제다.

중학교 때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으로 비슷한 학력을 가진 학생 2명이 있었다. A학생은 전국 단위 자사고에 진학했고, B학생은 일반고에 진학했다. 두 학생의 학습 성향은 중학교 때까지 큰 차이가 없었다. 사교육 의존도도 높지 않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두 학생의 대학 진학 결과는 전혀 달랐다.

A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잘 이수하고 비교과영역의 활동도 충실히 관리해 수시 전형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B학생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수시 대비가 취약한 학교의 교육과정 탓에 수능시험을 준비해 정시모집 전형에 '올인'하는 전략을 세웠지만 원하는 만큼 수능 성적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결국 재수를 택하게 됐다. 두 학생이 보인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학생의 능력 탓도 있겠지만 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차이도 분명히 존재한다. 만약 B학생이 수시 전형 대비를 좀 더 잘 해주는 학교를 선택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흔히 고교 선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교에 대한 정보를 꼽는다. 하지만 이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우리 아이에 대한 분석이다. 중학교 3년 동안 학교생활과 성적,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면서 교과와 비교과 어떤 분야에 관심을 보였는지, 어떤 과목을 특히 잘했는지, 동아리 활동은 얼마나 열심히 참가했는지 등 살펴볼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와 함께 학교생활기록부를 꼼꼼히 짚어 보면서 장점과 단점, 적성과 선호 분야, 학업 성향 등을 분석해야 한다.

고교의 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을 기준으로 학교를 선택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입시 결과가 좋은 학교를 명문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별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학교가 명문고다. 중학교 최상위권 학생에게는 서울대 합격자 숫자가 많은 학교가 명문고일지 모르지만, 중위권 학생 경우 자신이 진학하기를 원하는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 학교를 선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개별 학교의 세세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설명회를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학교알리미 사이트나 고입정보 포털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학교알리미 사이트에는 개별 학교의 프로파일과 스쿨리포트, 학교 상세정보 등이 잘 정리돼 있으며 고입정보 포털에서는 시'도별 입시 전형과 진학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고교 선택은 대학 선택과는 다른 측면에서 따져볼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학생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므로 학교 환경과 주변 여건은 어떤지, 기숙사가 있다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고교는 단순히 대학 진학을 위해 거치는 과정이 아니다. 성장기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끼를 발산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가장 좋은 고교는 무엇보다 내 아이에게 잘 맞는 학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