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동차 주간주행등 의무장착 "설치기준 왜 이렇게 까다로워"

기존 출시된 차에 별도 설치, 불법 튜닝 취급될 수 있어 논란

정부가 낮 시간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정부가 낮 시간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차량 주간주행등 의무 설치' 규정을 마련했으나 정작 기존 차에 주간주행등을 설치하기에는 그 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워 반쪽짜리 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차 i40 차량의 주간주행등을 켠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정부가 낮 시간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지난달 주간주행등(DRL: Daytime Running Lamp, 이하 주간등) 의무장착제도를 도입했지만, 정작 기존 출시된 차에 주간등을 별도로 설치하는 일은 불법 튜닝으로 취급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제도가 현실에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일부터 새로 제작되는 완성차에 주간등을 의무 장착하도록 했다. 주간등은 시동이 걸린 차량에서 기어가 주차(P)에서 벗어나는 즉시 함께 켜지는 조명으로, 낮에 차량을 운행할 때도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가 자동차를 쉽게 인지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07년 자동차 안전기준 국제조화 연구에 따르면 경기'충북'강원'제주 등에서 버스'택시 3천700여 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19%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존 출시한 차량에 주간등을 별도 설치하기는 여간 까다롭지 않다 보니 차주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주간등은 ▷백색으로 좌'우 1개씩 설치 ▷등 하나당 400~1천200칸델라(cd)의 광도 준수 ▷전조등'안개등 점등 시 자동 소등 ▷발광면이 차체 바깥쪽으로부터 400㎜ 이내 ▷발광면 간 간격 600㎜ 이상 ▷지면으로부터 250~1천500㎜ 높이 ▷유효조광면적 25~200㎠ 등 조건에 맞춰야 한다. 그리고 교통안전공단의 구조변경 승인을 거쳐야만 주간등 장착 절차가 끝난다.

이 때문에 애초 순정으로 설치된 차량이 아니면 헤드램프를 아예 새로 설치해야 하는 등 주간등 추가 장착이 어려운 실정이다. 조건을 맞춰도 아직 오스람'필립스 등 일부 인증제품만 사용할 수 있어 그 외의 애프터마켓에서 판매하는 램프는 불법 튜닝으로 취급될 수 있다.

운전자와 자동차공업사는 정부가 안전을 위한 튜닝조차과도하게 규제하는 등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한 자동차공업사 관계자는 "최근 주간등 설치 문의를 하는 차주가 종종 있다. 법적 기준에 맞추려면 헤드램프 모듈을 아예 새로 제작해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안내하니 대부분 주간주행등 설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정민철(29) 씨도 "기존 차주들에게 새 차를 사라는 말이다. 이미 운행 중인 차에는 적용하지도 못할 정책을 내놓으니 도로 안전을 언제부터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국토부는 주간등 설치 조건이 국제 안전기준에 맞춘 만큼 이를 고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주간등을 명확한 기준에 따라 설치하지 않으면 반대편 운전자 등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기준이 엄격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인증 램프를 판매하는 업체가 늘거나 주간등을 설치한 기존 차량용 헤드램프 모듈이 새로이 출시할 수 있는 만큼 부품을 마련하기가 점차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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