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여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겁니다."
중국 산시성 지역 언론사와 여행사 관계자들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경북을 찾았다. 중국 각 지역에 경북의 우수한 관광 인프라를 소개하는 팸투어의 일환이다. 이들은 4박 5일간 경주, 포항 등의 주요 명소들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최근 국제 관광업계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를 위한 디딤돌이 놓인 셈이다.
◆역사'문화의 도시, 경주
중국 팸투어 여행단이 도착한 것은 지난 6일 저녁 늦은 시간이었지만, 여독을 풀기도 전에 먼저 불국사부터 향했다. 애초 일정은 다음날인 7일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경주를 찾기 전부터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 소문을 들었다. 꼭 보고 싶다"며 인솔자를 졸랐다. 결국 계획표에도 없던 일정이 갑자기 생겨났다.
사실 여행단이 출발한 산시성 지역은 경주처럼 역사와 신화의 도시로 널리 알려진 곳. 삼황오제의 전설을 비롯해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진시황릉이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그들에게 경북이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광자원화로 연결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이들은 불국사 경내를 돌아보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 '왜 불국사가 세계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나' '불국사의 유래는 어떻게 되나' 등을 궁금해했다. 또한, 중국 사찰에서 사람마다 큰 향을 피워 복을 비는 모습과 달리 조용하고 경건한 불국사 전경에 무척 감명을 받은 듯했다.
중국 요녕세기여행사 양웨이 대표는 "불교 등 문화의 뿌리는 한'중이 같지만 보존하고 즐기는 양상은 너무나 다르다"면서 "조만간 수학여행단을 이끌고 경주를 찾을 생각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한'중의 문화교류 등 역사를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갑작스럽던 첫날 일정을 마치고, 다음 날인 7일부터는 경주 보문단지를 둘러보는 비교적 가벼운 일정이 이뤄졌다. 여행단은 버드파크와 동궁원 등 보문단지 내 주요 관광시설을 답사하고, 열기구를 타는 등 경주의 놀이문화를 마음껏 즐겼다. 특히 여행사 관계자들은 각 시설의 이용 가격과 시간, 동선을 꼼꼼히 체크하며 이것들을 여행 패키지 상품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고심하는 눈치였다.
이날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김치 담그기 체험. 경주 내남면의 한국전통음식체험관 '수리뫼'에서 중국인들은 직접 김치를 버무려보고 서로의 것을 비교하는 등 시종일관 웃음꽃을 피웠다. 각자 만든 김치를 돌아갈 때 가지고 가겠다며 한 사람도 빠짐없이 포장을 요청했을 정도.
중국 인터넷미디어 '탁보중련'의 간운지안 기자는 "김치는 중국, 특히 산시성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음식이다. 아무래도 직접 만들기는 어려우니 이렇게 한국까지 와서 김치를 만들고 중국으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큰 관심을 끌 것"이라고 했다.
◆바다'과학의 도시, 포항
8일 여행단은 경주를 떠나 포항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내내 이들이 가장 기대하던 것은 바다였다. 내륙지방인 산시성은 바다가 없다. 워낙 넓은 국토 탓에 이들이 바다 구경을 하려면 꼬박 하루는 기차를 타야 한단다. 그런 여행단에 "포항은 고작 10~20분이면 어디라도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하자 놀라면서도 설레는 눈치였다.
바다에 대한 기대감을 잠시 접어두고 여행단은 포스코 역사관을 먼저 둘러봤다. 기대했던 물놀이는 늦춰졌지만, 한국이 어떻게 산업화를 이끌어냈는지,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포항이 포스코를 통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하자 여행단의 눈은 금세 초롱초롱해졌다. 한창 경제 태동기를 맞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산업과 해양의 도시' 포항의 매력은 남다른 것이었다.
한 시간 남짓 포스코 역사관 견학을 마치고 여행단은 드디어 고대하던 바다를 찾았다. 포항 구룡포해수욕장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 중국에서 가져온 수영복을 꺼내기 바빴다.
중국 산둥여행공사의 예웬 과장은 "동해의 물이 정말 깨끗하고 시원해 놀랐다"면서 "해양과 산업이 함께 있는 경북은 중국 가족단위는 물론, 회사 연수 등에도 정말 좋을 것 같다. 이를 패키지로 묶는 방안을 고민해야겠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바닷가에서 이들이 정작 열중한 것은 물놀이가 아닌 '치맥'이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우리나라 드라마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치맥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특수문화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 치킨과 맥주를 연신 들이켜며, 여행단은 '하오츠'(맛있다)란 감탄사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류의 영향력과 이를 활용한 관광상품화 개발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대목이다.
즐거웠던 해수욕을 마치고 여행단은 포항운하에 도착, 야간 크루즈 체험을 즐겼다. 선박을 타고 구경하는 포항 시내의 아름다움도 훌륭했지만, 이들은 온통 불빛으로 반짝이는 포스코의 외관에 감탄사를 감추지 못했다. 자칫 흉물스러울 수 있는 공장건 물을 도시 야경상품으로 변화시킨 것에 대한 감탄이었다.
중국 산시일보사의 구오린얀 기자는 "예전에 서울과 제주도에 왔던 적이 있다. 서울은 쇼핑과 도시문화, 제주도는 힐링에 치중된 느낌이었다"면서 "경북은 양쪽 다 부족함 없이 적절히 섞은 독특한 곳이다. 중국 여행객 유치를 위한 훌륭한 재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경주'포항 코스
불국사~보문관광단지(버드파크, 동궁원, 열기구)~수리뫼(김치만들기)~포항야구장~대릉원'첨성대~포스코 역사관~구룡포 해수욕장~포항크루즈~영일대 해수욕장(해상누각)~한국로봇연구원~죽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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