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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년] <6>기초의회 폐지해야 하나…존재 이유 증명 위해 '환골 탈태'

무능하고 비효율적 지적에도 지자체 감시 역할 무시 못해…의정 활동 전문성 높여야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기초의회가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의회와 대구시내 기초의회 모습. 매일신문 DB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기초의회가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의회와 대구시내 기초의회 모습. 매일신문 DB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기초의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의원이 단순히 지역구 국회의원의 조직 관리를 위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많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광역의회 의원이 있는 상태에서 기초의회 의원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지역구민의 관심도 없고 예산만 낭비한다는 기초의회 개편의 필요성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초의회 폐지 논란

지난해 12월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서울과 대구를 포함한 6개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특별시는 구청장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구의회를 폐지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6대 광역시는 광역시장이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하고 의회를 구성하지 않는 방안을 1순위로, 구의회를 폐지하되 구청장과 군수를 직선제로 뽑는 안을 2순위로 제안했다.

지발위는 "특별시와 광역시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데, 인위적 경계인 구에 따른 의회는 행정 비효율이 초래된다"면서 "특별'광역시의 자치구를 행정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발위 발표에 대해 기초의회 의원들은 중앙집권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반대의견으로 지발위의 기초의회 폐지안은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다.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행정적 비효율을 낳는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방의회 무용론'도 제기된다.

지방의회는 지방의 자치규범인 조례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예산 등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자치제도가 뿌리 내린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지위에 걸맞은 존재감은커녕 여전히 시민사회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지방자치제도는 지방의회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의회를 폐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치구를 폐지하고, 지방자치 권한을 축소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기초의회 무용론

대도시의 기초의회 폐지 문제는 17대 국회와 18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됐던 사안이다.

특별'광역시의 자치구는 기원이 행정 편의 차원에서 정한 행정구로, 자치권역으로서의 성격이 약하기 때문에 동-자치구-특별'광역시로 이어지는 중층 구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시의원을 증원하고,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하는 게 시의원과 구의원을 중층으로 두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현행 지방자치제도에서는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너무 강하고 유권자들 또한 특별'광역시의 기초의원 선거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기초의원선거는 지역사회에서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정치활동을 해 온 정치신인의 등장무대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지역 유지로 지내왔거나 특정 정당 당원 또는 관변단체 인사들이 진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일부 기초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탈법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왔다. 일부 기초의원들의 이러한 행태를 경험한 유권자들은 지발위의 기초의회 폐지안에 공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김모(45'대구 수성구 사월동) 씨는 "기초의회 의원들은 진정한 주민대표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자치단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능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의회 환골탈태해야

일부 주민들과 공무원들은 기초의회 운영에 따르는 고비용이 아깝고 효율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초의회가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것은 맞지만 현행 한국의 지방자치제도에서 그나마 자치단체와 자치단체장을 감시하는 역할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 헌법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규정돼 있다. 지방의회의 폐지 방안은 앞으로 위헌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기초의회가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와 특정 정당의 기초의회 장악 문제 등에 대해 정치권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의회가 부작용과 폐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해외연수는 과감히 폐지하고 의정 활동의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과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중환 대구 달성군의회 부의장은 "기초의원들은 지역주민들의 애환을 가장 잘 알고 있다"면서 "기초의회를 폐지할 경우 단체장의 권력 집중, 집행권 독주로 인해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는 물론이고 지역의 풀뿌리민주주의는 상당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은 "구'군의 소소한 행정까지 시의원이 감당하기는 어렵다"면서 "주민과 밀착된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의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석태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방자치에서는 광역의회보다 기초의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면서 "기초의회를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관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초의회 폐지 '위헌' 소지…헌법 제118조 "지자체에 의회 둔다" 명시

헌법 제118조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은 의사결정기관으로서 지방의회를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란 지방자치단체의 의결기관으로서 주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합의체 기관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두는 목적은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대신해 자치와 관련한 의정을 담당할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해 지방의 자치행정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효율적인 지방자치를 가능하게 하려면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대의제에 의한 의사결정 방법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헌법은 지방의회를 두는 것을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상의 자치구를 지방자치단체의 일종으로 존치하면서 구의회만을 폐지하는 입법은 헌법 제118조에 위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 발전 종합계획안'에 담겨 있는 2017년까지 서울시와 대구시 등 6개 광역시의 구'군의회 폐지방안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석태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김성년 대구 수성구의회 의원은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데다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면서 "의원들 스스로 변화하고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환골탈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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