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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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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남 희
우 남 희

연신 풀었다 뜨기를 반복한다. 싫증 날 만도 하련만 그 모습이 진지하다. 색깔 배합이 어울리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실로 하다 보니 빨강 주황 청색인가 보다. 곧 수업할 건데 마치고 하자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무얼 뜨느냐고 하니 단답식으로 "팔찌"라고 한다. '이 더운 날씨에 팔찌는 무슨?' 하면서도 촘촘해야 예쁠 것 같다고 했더니 또 후르르 풀어버린다. 수업할 시간이라 괜한 말을 했다 싶었는데 재바르게 손을 놀렸는지 "이거 선생님 거예요. 선물" 하며 팔을 내밀란다. 지난달부터 지역아동센터에서 중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고 있다. 선민이는 말이 없는 편이다. 의사 표현은커녕 질문을 해도 멀뚱하게 쳐다볼 뿐 대답을 하지 않는지라 자리만 지키는 아이 같았다. 그런 아이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게 팔찌를 떠서 끼워주는 것이 아닌가. 마음을 열고 있음이다. 가슴 한쪽이 환해져 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지금껏 받은 수많은 선물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둘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30여 년 전의 일이다. 원정이 어머니가 지나가는 길에 아이의 학원생활이 궁금하다며 들르셨다. 5월 중순 무렵이라 더웠다. 요즘에는 사무실이라도 사시사철 냉장고를 돌리기도 하지만 그때는 마땅히 넣어둘 것이 없어 돌리지 않았다. 그게 마음에 걸렸던가 보다. 다음 날, 어머니는 꽁꽁 얼린 페트병 두 개와 종이컵 한 줄을 가져오셨다. "창가에 두면 조금씩 녹을 거예요. 쉬는 시간마다 나와서 짬짬이 마시세요. 덜 달게 한다고 했는데 입에 맞을는지 모르겠네요." 쑥스러워하며 감주를 내놓으셨다. 날씨도 더운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손수 만들어 온 그 감주를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또 다른 선물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융통성이 없긴 마찬가지다. 그 융통성의 부재로 인해 생긴 일이다. 진우는 야무진 아이였다. 학원을 대표해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다. 대표로 나간다 하더라도 상을 받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축하한다며 한턱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장난삼아 말했다. 한턱내라고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걸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진우는 지나가는 말로 듣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며칠 뒤, 무거운 수박 한 통을 낑낑거리며 들고 왔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라 모두 놀랐다. 엄마가 사 줘 들고 왔다고는 하지만 떼를 써서 가져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왕 가져왔으니 '어머니,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잘 나누어 먹겠습니다' 하고 전화 한 통 드리고 받았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게 진우에게 상처가 되었다. 상처를 입혔다는 그 죄책감이 또 다른 상처가 되어 내 가슴에 화인처럼 남았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선민이의 마음이 담긴 이 실 팔찌는 그때 받은 선물처럼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지금 그 아이들은 엄마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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