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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꿈의 직장, 꿈이 있는 직장

삼성, 현대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이번 주부터 대졸 신입 채용에 나섬으로써 하반기 취업 시즌 문을 열었다. 올 하반기 대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다소 늘린다고는 하지만 청년 실업 문제가 얼마나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본격적인 취업 시즌을 앞둔 지난 1일 매일신문 1면을 장식한 큼지막한 사진 한 장이 있었다. 경북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장에 취업 준비생들이 가득 모인 사진이었다. 행사장의 좌석이 가득 찬 것은 물론이고, 책상에 앉지 못한 학생들은 통로와 앞뒤 공간 바닥에 앉거나 서야 할 정도였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행사였기에 대학생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이 남달랐을 것이다. 이 같은 풍경은 최근 청년들의 취업문이 유례없이 좁아진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연봉 수준이 비교적 높고 브랜드 네임이 잘 알려진 대기업들은 대졸 취업 준비생들에게 단연 인기 있는 목표이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들이 정말 모두가 바라는 '꿈의 직장'일까 하는 문제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꿈의 직장이란 직장인들이 정말 행복하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연봉이 넉넉해서 경제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곳, 출퇴근 스트레스가 적은 곳, 정규직으로 해고 걱정 없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곳 정도일까. 정년도 늦어 한평생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곳, 휴가를 많이 주면 더 좋겠고, 실적 압박받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일 테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꿈꿀 만한 그런 직장, 정말 행복해서 아침이 되면 회사로 가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이는 회사. 그런 회사가 있었으면 정말 살맛 날 것 같다.

일본 기후현에 있는 미라이(未來)공업은 그야말로 직장인들의 천국 같은 기업이라고 한다. 전기, 가스 설비용품을 생산 판매하는 이 회사의 모든 직원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일용직이 아닌 정규직들이다. 연간 휴가 일수가 140일이나 되고,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600만엔(한화 약 6천만원)에 달한다. 정년은 70세까지여서 퇴직에 대한 불안 없이 일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임금피크제 같은 게 없다. 60세 이후에도 월급이 깎이는 일이 없다. 이 정도 근무 조건만으로도 꿈의 직장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근무 시간은 7시간을 엄수하고 잔업'야근도 없다. 이런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서도 이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창업 후 50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직원들이 회사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적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지금 대구경북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우수한 인재가 모자라 아우성이다. 수많은 대졸자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사회 문제까지 되고 있는 한편,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구인난에 시달린다고 한다. 우수한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에 대한 걱정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구경북에도 훌륭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 성장 잠재력으로 인정받은 '프리(pre) 스타' 소기업도 있고, 중기청이 히든 챔피언 후보 기업으로 선정한 곳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월드클래스 300 기업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우리 지역에도 우수한 인재들과 비전을 함께할 기업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기업들이 지금 당장은 '꿈의 직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꿈이 있는 직장'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꿈이 있는 직장은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언젠가 꿈의 직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내 손으로 직접 이루는, 나와 함께 커가는 꿈의 직장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대구에 본사를 두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 기업가가 하는 이야기는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 회사는 지원자의 '간판'을 보고 선발하지 않습니다. 조직에 대한 애정과 일에 대한 열정을 먼저 보지요. 그런 사람들이 회사를 키우는 인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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